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터뷸런스 Oct 19. 2017

나도 하는데 네가 못하겠냐?

한때는 누군가를 디스 하거나, 깎아내리는데 심취했었다.

그게 무슨 저격수라던지, 쇼미더머니에 나올법한 비난하는 기계 같은 느낌을 원했던 것 같다.

그 무분별함의 근간에는 내가 원하는 어떤 일을 하며 느끼는 충분한 성취감이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게 없으니 아마도 누군가를 까대며 성취감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

일단 공부도 더럽게 안 했고, 연애도 늘 끌려다니는 을질을 자처했으며, 나에게 먼저 오는

근사한 연락 따위도 없었다. 그러니 하는 건 몇 가지 있었지만 "아 보람차다" 할만한 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 차츰 내 낮아지는 자존감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근본적으로 내 상태가  D급인데, 노력해서 갑자기 A급이 되길 원하니 무엇도 시도하지 않았다.

어차피 열심히 비벼봐야 C급이나 되지 않을까, 어차피 A급은 못되겠지 -라는 뼛속 가득한 찌질이 근성은,

나에게 어느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들었다.

:

근데 어느 순간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나 나나 다 똑같은 인간인데.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그래서 궁리하며 이것저것 시도하기 시작했고,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읽고 쓰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

뭐 지금이라고 대단한 무엇이 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어제보다 오늘, 책을 펴서 몇 글자라도 더 읽고 쓰는 인간이 되어감은 나에게 꽤나 대단한 성취감을 주기 시작했다. 한 장도 아니고 몇 글자.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어필하려면 나의 아이덴티티를 상대에게 설득시켜야 했고, 설득을 하려면 설명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설명을 하려면 변변한 지식이라는 게 있어야 됨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시작한 일은 아무거나 읽고 닥치는 대로 쓰는 일이었다.

-

내가 고수해왔던 가장 멍청한 짓은, 목표를 너무 높은 곳으로 잡은 것과, 그래서 잘 안될 것을 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었다.

그래서 나의 분함은 나를 멍청하게 하지 않기 위해 삶의 목표점을 극 하향시켰고, 성취감을 얻을만한 너무나도 미세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뭣도 아닌 시도들은 내게 돌 하나라도 내 의지로 던질만한 자의식이라는 걸 심어줬다.

지금도 그 시도들이 나를 차곡차곡 쌓아가게 함을 느낀다. 그것과 동시에 타인에 대한 비난이나 판단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안 하는 게 아니라, 관심 밖으로 차츰 사라지더라.

-

결국 나에게 관심이 없으면 타인에게 쓸데없는 관심을 쏟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타인의 방식들에 대해 관여하지 않기 시작했다. 회피나 애써 무시하는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방관에 가깝다랄까.

어쨌든 내 방식들이 좀 더 근거 있고, 명확하며, 명쾌해지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게 남이 보기에 조금 멋없어도 괜찮았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만족하는데 몰두하는 게 중요했다.

-

나는 중학생 때 전교 꼴등이었고, 군대에서도 일을 못하는 편이었고, 대학생 때도 낙제점을 수없이 받았던 실패자였다. 당연히 취업도 남들보다 늦었고.

그런데 지금은 일도 즐겁게 하고, 내가 원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며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주 예쁘고 현명한 여자 친구도 만들었고. 

나의 대단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나 같은 인간도 몸부림치면 작은 계기들이 생기고, 그 계기들로 인한 변화들이 만족감을 이렇게나 많이 주는데, 나보다 훨씬 나은 당신이 의지를 갖게되면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기대돼서 하는 이야기다.

-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에 다가가는 1MM의 움직임이 지금 있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아마 생각보다 더 많은 변화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지금 없는것을 가지려 하기보다는, 당신에게 만족감을 줄만한 당신이 진짜 하고싶은것에 다가가는 아주 조그마한것을 해라. 그게 무엇이든.

그 작은 성취와 만족감들은 당신의 빈틈들을 메꾸기 시작할것이다.

-

#gowild_official#gowild

작가의 이전글 혼자,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