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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Dec 07. 2017

무엇으로 당신은 당신인가.

무엇으로 당신은 당신인가.


가령 내가 바디라인이 훌륭한 여성이고,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진들을 업로드하여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10만 명가량 얻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그런 노골적인 사진은 올리지 않고, 서정적인 시 만을 적어 올리거나 그에 대한 해석만 올린다면 거의 대부분의 팔로워들은 언팔을 하게 될 것이다.


팔로워들 입장에서 추종하게 된 계기는 "노출" 그 자체니까.


사람들은 "사람"을 따라간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그 사람이 가진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일부의 모습만을 보고 따라가기 마련이다. 인스타그램 스타를 비유한 것은 아주 흔한 예 일뿐이다. 

사회생활 가운데 만나게 된 인연들이, 당신의 무엇을 보고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출을 좋아하는 여자가 노골적인 사진을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 해서 그녀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똑같이 그녀일 뿐이다.


나 역시 내 여자 친구를 소개팅으로 만났고, 빼어난 미모에 반해 첫 만남에 더 큰 호감을 갖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로지 외모만을 보고 사귀자 한 것도 아니었고, 그 외모 하나만 보고 2년이 넘는 기간을 만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만날수록 그녀의 성격이나 성향이 진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외모는 점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당신을 아끼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세월이 지나서 없어지거나 바뀌는 것들로 만 당신에게 붙들린 사람들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뿐이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는 이유도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간의 흐름에도 퇴색되지 않는 것들로 채워져 있을 필요가 있다.

표면적 아름다움에만 무한히 집착하는 사람의 끝은, 자신 스스로를 버리게 되어있다. 

자신은 변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유지할 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을 테니까. 


"이러저러해서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보다는

"나는 이런저런 조건들 없이도 그저 당신이라서 좋습니다." 가 아끼는 관계들의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가 [그] 이자 [당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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