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Grand Bornand 리조트에서 보낸 3일
알프스에서 처음으로 스키를 제대로 배우면서 허벅지에 피멍이 들고, 슬로프에서 앞구르기와 옆구르기를 하면서 다짐을 했었다. 내가 진짜 10번만 더 타보고 그래도 못하면 스키를 때려치우자! 10번을 해도 안되는 거면 정말 나와 스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그때는 놓아주려고 했었다.
근데 참 돈과 시간을 들이면 뭐든 되긴한다. 6-7번째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S자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2월말, 2박 3일의 스키캠프를 기획했다. 3일 내내 스키만 타는 휴가를 보내고자 내가 좋아하는 Le Grand Bornand*이라는 프랑스 스키 리조트를 예약하고, 산골에 있는 샬레도 예약했다. 호텔보다는 프랑스 민박집 같은데 머물면서 저녁도 해먹고, 숙소 사장님이 차려주는 프랑스 조식도 먹고 싶었다.
* Le Grand Bornand: 가족들이 많이 찾는 스키장으로 그린(초보) 슬로프가 아주 다양하고, 리프트가 많아 대기 시간이 길지 않으며, 스키 버스가 잘되어 있는데다가 심지어 주차도 무료다!
정말 스키만을 위한 여행을 떠났고, 도착하는날 숙소 체크인도 하기 전에 스키 장비를 빌리고 슬로프로 올라갔다. 그린 슬로프부터 시작했고, 그간의 경험과 유튜브 선생님을 통해 배운 요령들을 하나 둘씩 실제로 익혀보았다. 먼저 극복할 것은 내 몸에 대한 믿음이었다. 한 쪽 다리로 체중이동을 해야 턴이 자연스러운데, 내 다리의 힘을 믿어야 했다. 무조건 내 다리 하나로 내 체중을 버틴다고 생각하니 턴이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나머지 발은 11자가 되었다.
그리고 속도가 제일 마지막 관문이었다. 빠른 속도로 비탈길을 내려가다 넘어지면 어디 한군데가 부러질것 같았는데, 속도가 빨라질수록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내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웃기지만 '음~~나나나~~~' 내가 마치 아주 가벼운 바람이 된것처럼 생각하니 속도가 빨라도 무섭지 않았다. 몸에 힘을 빼야 자연스러워진다는데 이게 바로 몸에 힘을 빼는 과정이었나보다.
내 몸에 대한 믿음과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힘을 빼니 신기하게 진짜 스키를 그래도 어느정도 타게 되었다. 물론 아직 초보 같은 동작도 있지만 10번 안에 이룬 내가 너무 뿌듯했다. 배우자가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었는데, 나름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턴을 타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한마디로 말했다.
역시 스포츠는 돈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거야.
물론 맞는 말이지만 나의 한계와 계속 부딪히며 싸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인생의 경험이 쌓이면 겁도 많아지고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지는데, 새로운 스키라는 취미를 통해서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재미를 경험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던 스키를 성공하고나니 조금 더 마음이 젊어진것 같달까. 게을러서 도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볼 용기가 생겼다.
2박 3일의 스키캠프를 무사히 마쳤다. 심지어 2일차와 3일차에는 블루 코스도 탔다. 3일 내내 타니 코스도 익숙해지고 경사도 두렵지 않아서 블루까지 섭렵했는데, 그 쾌감을 잊을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아...3일이 아니라 일주일 캠프를 하면 레드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년 시즌에는 일주일씩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공적인 스키캠프를 마치고, 너무 기분이 좋아 Le Grand Bornand 기념품도 사서 돌아왔다. 스위스를 떠나게 된다고 해도 겨울이 오면 이 리조트가 꼭 생각날 것 같다. 정상에서의 핫초콜렛의 맛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