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 년을 같이 살아낸 나와 그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결혼은 카카오함량 82%
드림카카오 초콜릿 같은 것이다.
인생에 100%는 없다. 아무리 X같은 인생이라도, 어느 한 시점에 분명히 웃었던 기억도 행복했던 기억도 있다. X같은 과거 또는 지금에 가려 잊혀졌을 뿐이지. 100% 프로 행복하고, 100%로 불행한 인생은 없다는 뜻이다.
나는 드림카카오 82% 초콜릿을 아주 좋아한다. 모서리가 둥글게 돌려 깎기 되어 있는 몽돌몽돌한 그 몇 알을 한 번에 털어 넣고 우물거리다가 형태가 없어지고 쓴맛이 혀끝에 맴돌 때 아메리카노 한 모금으로 쓰윽 넘기면 약간의 쾌감마저 든다. 씁쓸한데 그 느낌이 익숙하리만치 내 몸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 깔끔하기까지 하다. 그 맛이 잊혀져갈, 노곤한 오후에 믹스 커피 한 잔을 더해주면 그야말로 달콤 쌉싸름한 인생이 완벽해지는 느낌이다. 82%카카오와(미세히 들어있는 달콤함)과 믹스커피(미세히 들어있는 쌉쌀함)가 어느 지점에서 하나가 되는, 나는 이 조합이 참 좋다.
결혼은 경청과 배려와 희생이 있으면 유지될 수 있다. 그 추가 한쪽으로 기운다면 한 사람은 화병이 날 것이다. 가운데에 놓인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기혼자들은 다 아리라 생각한다. 만약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결혼할 상대에게 이 세 가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결혼은 심각하게 한 번 고려해 보시길 감히 추천드린다.
완벽한 상대란 없다. 완벽하게 상대를 만드려고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사람을 잘 못 골랐으니까. 바꿀 수 있다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인생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길임을 결혼 전에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낼 정신적인 힘이 있을 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자세로 맞이하는 게 결혼이다. 만에 하나 이미 그 길에 들어섰다면 경청과 배려, 희생 가운데 하나라도 시작해 보자.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고, 내려놓기 시작하면 상대가 바뀌어 가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무조건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자.
어제는 어쩌면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는 우리 부부의 십팔 년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순수한 사랑을 뜻한다는 백합을 아이들에게 선물 받았다. 순수한 사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을 거다. 지금은 순수한 사랑보다 농익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늙은 호박이 되기 전, 어디 즈음에 이르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의 달콤한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쓰라린 날들의 연속에 아이들의 미소와 어쩌다 해주는 남편의 설거지, 그리고, 이런 백합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느끼는 날, 결혼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백합꽃은 이쁘다. 하지만, 향이 강해서 해로울 수도 있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이면과 그 꽃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나의 노력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를 미리 생각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결혼생활 18%는 보장할 수 있다. 나머지는 드림카카오에게 의지하시길! 폭우가 왔다가 파란 하늘이 다가온다. 꼭 내 인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