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멀쩡한데 뒷목부터 잡는 건?
가능한가요?
“아침에 접촉(?) 사고가 있었어요.
아직 확정난 게 아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제 감정을
제 브런치에서라도 말해야겠습니다.
(저 혼자 억억하는 소리니, 불편하시면 지나치십시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막내를 거리가 좀 있는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집 앞, 늘 다니는 곳, 그래서 방심했냐고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 방심한 거나 마찬가지네요. 결과적으로는요. 저는 오늘 아침에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또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고 두 번째로 서 있던 저는 브레이크에서 살짝 발을 뗐어요. 그런데, 앞 차가 안 움직이니, 제 차의 긴급제동장치가 덜컥 걸리면서 차가 흔들릴 정도로 급제동을 했어요. 자주 있는 일이라 악! 소리만 지르고 '얘는 너무 민감하단 말이야.' 생각하며 앞을 다시 주시했어요. 그때 갑자기 앞차 운전자분이 내리시더니 본인의 차 뒤를 슬쩍 보고는 뒷목을 잡으십니다.
'어? 부딪혔나? 어뜩해!!' 놀란 마음에 다급하게 내려서 '괜찮으시냐? 혹시 차가 부딪혔냐?' 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뒷목을 더 세게 잡으시며 박아놓고 모르냐며 소리를 꽥 지릅니다. 어쨌든, 제가 박았으니, 일단 다치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 차 상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박았다면, 차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을테니까요. 일단, 저렇게 목을 잡을 정도면 차도 꽤 상했겠다 싶어서 그분의 차와 제 차를 번갈아 확인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흠... 잠시만..... 음??
앞 차주분은 그 후로 차에서 꼼짝도 안 하십니다. '괜찮으시면 일단 통행에 방해가 되니까 차를 갓길로 빼야 할 것 같다' 고 했더니 그제야 차를 뺍니다. 갓길에 나란히 세우고, 어쨌든 뒤에서 박은 입장이니 제가 해결을 해야 했지요.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차주분께 다가가서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사고 접수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제가 할까요?"
"내가 사고접수 했어요."
"아, 네. 그럼 기다릴게요"
보험사에서 와서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크게 다치신 데는 없어 보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주행 중에 사고는 1997년 운전 면허 취득 후 처음입니다. 보험사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앞 뒤 아무리 살펴봐도 부딪힌 곳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잠시 후, 경찰차 한대가 옵니다. '음? 지나가다가 보고 오셨나?'
그분이 접수한 곳이 보험사가 아니라 파출소였던 겁니다. 경찰 분들도 오셔서 어이없어하십니다. 차도 멀쩡하고, 한쪽에서 보험 접수를 하면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았던지라, 그제서야 제가 제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습니다. 경찰분들은 답답하셨던지 그분께도 보험접수 하라고, 그랬더니, 그제야 보험사에 전화를 합니다. 접수하면서 하시는 말이,
"뒤에서 박은 거 같은데. 경찰이 자꾸 접수하라고 해서. 네, 여기 어디 어디.."
경찰분도 저도 황당. 제 차 블랙박스를 보면 꽤 흔들립니다. 긴급제동장치가 진짜 겁나 세게 걸리거든요. 삐빅 소리까지 심하게 나구요. 요동을 칩니다, 차가. 그런데, 상대차 안은 그 시각 고요합니다. 흔들림도 없고요. 조금이라도 충격이나 흔들림이 있을 거라는 제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그런데도, 보험사에서는 제 차 블랙박스상 차가 크게 휘청거리니 제가 박은 거로 보인답니다. 그 정도로 만약 부딪쳤다면 제 차나 그 차나 어디 하나는 자국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1도 없습니다. 경찰분들도 도대체 어디가 부딪친거냐고 되려 물으십니다. 그러면서, 그 분께 12대 중과실 아니면 경찰 부르지 말고 보험사 부르시라고,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자동차 보험이라고 한마디 하고 가십니다. 경찰이 가고 나서, 보험사에서 왔어요. 같은 보험사네요. 한블리에서 많이 본 장면이 연출됩니다. 조사원이 제가 박은거 같다고 앞 차주분에게 말합니다. 여태 안 아프게 서 계시던 분이 병원을 간답니다. 제가 보험조사원에게 다시 설명을 합니다.
"저 차는 긴급제동장치가 걸리면 차가 휘청거립니다. 만약 그 상태로 박은 거면 차가 멀쩡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이 심사원도 아닌데 정황상의 일을 말해서 그분에게 왜 빌미를 주나요?"
따지고 들었습니다. (예전의 저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다 제가 잘못했어요, 했겠죠. 그런데,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호구 짓은 안해야지요.)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아직 모릅니다. 정황상....그렇다고 말했을.. 가서 심사부에 올려야 알 수 있어요." 말을 흐립니다.
답답한 놈이 카메라 따야죠. 주변 상가 다 돌았습니다. 젠장. CCTV 다 가짜랍니다. 구청에 주정차 단속 카메라 정보공개신청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속이 상하네요. 일상생활 시시비비 가릴 일이 생기고, 증과실이 아닌 이상, 그만큼 책임을 지면 될 일입니다. 제가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긴급제동장치가 걸리지 않게 유의했었어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분의 언행에 열이 뻗칩니다. 이게 뒷목 잡고 병원 갈 일인가? 양쪽 다 차가 말짱해서 대물접수 할 것도 없습니다. 같은 보험사. 아, 짜증 나. 소리 버럭버럭 지르신 거 보면 괜찮으신 거 같은데 참 답답하네요. 제가 박았다는 게 확실하면 저 100프로 보상해드릴겁니다. 그래서 정보공개 신청했습니다. 병원비랑 합의금이라도 지급해드릴려구요.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지가 않네요. (보험사에서는 그렇게 몰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이상하게 평화롭다했더니. 평범한 일상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두 안전운전 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