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시 카페

by 열정아줌마

진실의 방의 스콘은 너무나 맛있었다. 미각을 잃었던 내 혀도 스콘의 맛에 곧바로 반응했다. 한 입 베어 물면 침이 그새 차였다. 다음 한 입을 기다리는 듯했다.

“맛있다. 진짜.”

“맞지? 내가 이렇다니까. 잘 찾았지?”

“그러네, 오랜만에 장한 일 했네.”

“헤헤, 아 맞다. 언니. 지은이 말이야. 연락 없었어?”

없었다. 딸아이와 연락을 주고받은 지가 언제였더라.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국 간대. 언니는 알고 있어야지.”

“그렇구나. 영국은 왜?”

“공부하러. 걔가 그거 말고 있어? 공부 그 정도 했음 징글징글할 만도 한데. 나는 이해가 안 되네.”

“걔가 그래. 공부를 좋아해. 잘할 거야.”


영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물었다.

“언니야, 다시 들어갈 생각은 없어?”

“어딜?”

“어디긴? 언니 집 말이야.”

지난 시간이 눈앞에 흘러갔다, 5년이 지났다. 지은이는 곧 영국으로 떠날 것이고, 아들은 곧 복학을 하겠지. 아무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그들을 차단했다.

“그러지 말고, 집에 가. 형부 안쓰러 죽겠다.”

나는 핑크색 넥타이를 맨 남자를 떠올렸다.

“형부 걱정을 왜 해. 잘 살 텐데.”

영지는 한숨을 쉬었다.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애써 참는 듯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 지금이, 편했다.

“나 혼자 살아보는 거 소원이었어. 알잖아. 좀 자유롭겠다는데 너까지 이러지 마라.”

“이게 자유인이냐? 폐인이지?”

“그 집에 나 반기는 사람 이제 아무도 없어. 나는 선생으로도 망했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도 끝났어. 그걸 모두 알고 있을 거고. 이제 어디에도 필요 없는 사람이야.”

“언니 정신 병원 입원, 퇴원하는 동안 형부가 너무 고생했어. 이제 좀 돌아와라. 언제까지 그럴래? 막말로 걔도 정상참작돼서 무죄판결받았잖아. 피해자가 탄원서를 계속 넣는 바람에. 어? 그 정도면 됐잖아.”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탄원서. 징그럽게도 썼다. 가족들이 반대함에도 나는 그 아이가 조용히 풀려 나는 데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걔는 나 때문에 그렇게 된거니까. 결국 내가 바라던 대로 되었는데 나는 가진 것을 다 잃었다. 직장도, 가족도 나를 버렸다. 아니 내가 버렸다. 그리고, 혼자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소리소문 없이 종적을 감췄다. 동생이 경찰이란 사실을 잊은 채, 분명 불법적인 뭔가를 했을 것이다. 나의 행적을 찾기 위해. 그렇게 사는 곳이 발각되었다. 나의 안전지대가.

“다 이제 나 없어도 되는데 왜. 너무 유난 떨지 마. 지금이 편해.”

“언니 맘을 모르는 게 아니야. 그런데, 이제 정신을 차릴 때도 됐잖아. 5년이 지났어. 언니 나와 산지는 벌써 2년째고. 형부는 매일 술만 마시고. 언니 때문에 한 가족이 이게 뭐야?”

나는 마시던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일어났다.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진서마저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내뱉어본 적 없는 내가 그렇게도 미안하다고 했음에도. 그 아이는 나에게 너무나 차가웠다. 내 안에 있던 가짜 피가 모두 쏟아져 나온 그날 이후, 나는 깊은 수렁에서 사투를 벌였다. 외로웠고, 괴로웠다. 나에게 진심으로 팔을 내밀어 주는 이는 없었다. 가족조차도 나를 정신병자 취급했다. 나는 그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희생해 온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그들을 떠났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지는 갑자기 일어선 내 모습에 당황했는지 테이블을 엎고야 말았다. 나는 조용히 나와 택시를 탔다. 이제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려야지. 영지조차도 찾지 못할 곳으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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