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시련

by 열정아줌마

교내에 사이렌이 울렸다. 경찰차도 구급차도, 학교와 어울리지 않는 공권력에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나는 오히려 정신이 멀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학생이 나를 찔렀다.’


오직 그 한 문장이 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그 어떤 말도, 빨간색 옷, 형광색 옷을 입은 사람들의 움직임도 내 눈엔 날파리떼의 한낱 파닥 거림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 그 아이의 행방이 궁금했다. ‘어디로 간 거니? 어디로 간 거야?’ 나를 찌르고 사라져 버린 녀석. 찾아야 하는데, 찾아야 하는데……. 모든 것이 아득하게 귀 너머로 멀어져 갔다. 그 아이의 존재도,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내 영혼도.


나는 3일 만에 돌아왔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이제 어떻게 하지?' 그와 반대로 자율신경계는 스스로의 존재를 열심히 드러냈다. 강한 생명의 기운이 발가락에서 스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근육과 미세한 떨림을 남편이 가장 먼저 알아챘다.

“여보, 내 목소리 들려?”

“엄마, 나야, 엄마 딸, 알아보겠어?”

나는 대답대신 다시 눈을 감았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학생은 피의자가, 나는 피해자가 되었다. 언론은 교권하락에 대해 연일 보도하기 바빴고, 내 신상은 하루이틀이면 탈탈 털릴 지경에 이르렀다. 3일 만에 의식은 되찾았지만, 나는 내가 아니었다. 육아 휴직 후, 20년 만에 병가를 신청했다. 내 의지라기보다 가족의 걱정 때문이었다. 나는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잡고 싶었다. 뭐가 잘못이었는지, 누가 잘못이었는지. 하지만, 주제는 교권하락이었고 그 외의 모든 이슈는 덮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만나야 했다.

“여보, 나 진서 좀 만나고 싶은데.”

“걔를 왜 만나. 제정신이야? 당신 찌른 놈이야. 말이 되는 소릴 해.”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럴 애가 아니란 말이야.”

“그럴 애? 당신 성인군자야? 열다섯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야. 그런데 선생을 찔러? 그게 사람이야? 그 새끼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남편의 완강한 태도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익숙한 내 공간. 그럼에도 낯설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느끼는 나의 부재, 그리고, 거리감. 모든 사물이 나를 멀리하는 게 느껴졌다. ‘애 하나 못 가르치는 주제에 우리를 부려먹겠다고? 어림없지.’ 티브이도 식탁도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 선생이라며? 그런데 왜 그런 꼴이야?’ 침대도 냉장고도 나를 탓했다. 공간은 나를 위협했다.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가족들은 내가 퇴원하자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혼자 덩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시간에 떨궈진 나는 그 익숙하지 않은 시간을 애써, 필사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그는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딸은 대입이 코앞이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남편도 승진 고과가 눈앞이라 바쁠 것이다. 나는 계속 혼자였다. 아니, 진서가 있었다. 내 옆에 칼을 든 진서가.

“진서야,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진서는 말이 없었다. 한없이 원망스러운 눈빛을 나에게 줄 뿐이었다.

“왜 그랬어? 선생님이 뭘 잘못했어?”

진서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 나를 향해 달려올 때 보았던 나를 향한 원망의 눈빛.

“엄마! 자?”

새벽 한 시.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지은이가 고3이란 걸 잠시 잊었다.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는 잠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안함이 몰려왔다.

“아, 미안해. 엄마가 잠시 졸았나 봐. 배 안 고파?”

“괜찮아. 그나저나 엄마는 언제쯤 괜찮아질 거야? 계속 안 좋아?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됐잖아. 나 수능칠 때도 정시 원서 넣을 때도 하나도 신경 안 써주고, 진짜 너무한다.”

아이한테서 술 냄새가 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 술 마셨니?”

“엄마, 제발. 나 대학생이야. 고등학생 아니라고. 이제 정신 좀 차려. 1년이나 지났으면 좀 나아져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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