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사랑하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스토리나 유튜브 브이로그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의 퇴근길 로망으로 단연 꼭 뽑히는 것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이다.
나 역시도 넷플릭스 애청자이기도 하다. 왜 그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걸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바로 보기 편해서?
자막도 제공해 주니까 굳이 애써 가며 본방사수하지 않아도 볼 수 있어서?
주로 짧은 분량의 다양한 장르물들이 많이 나오니까 집중력의 유효 기한이 그리 길지 않은 우리들에게 아주 딱이라서?
이러니 안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할 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홈무비, 홈시어터라는 신조어들이 줄줄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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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영화관에 비할 수 있으랴.
나는 영화관만큼은 절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범접 불가"
영화관은 영화관만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나는 특유의 그 분위기를 매우 사랑한다.
단순히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해서?
그렇다고 하기엔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기에 어딘가 다소 부족하다.
나를 설레게 하고 들뜨게 만들었던 감정의 원천.
그것을 가만히 쭉 따라가 보면
나의 살아 숨 쉬는 오감이 있었던 것 같다.
후각, 청각, 시각, 미각, 촉각.
- "Oh, '감' (感)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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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에 가는 날이다 그러면 나는 건물 엘리베이터에 내리는 그 순간부터 가슴이 마구 요동치곤 했다.
"우와... 여기 냄새 미쳤어..."
"나 여기 누울래~~~~!!"
지겹지도 않은 나의 똑같은 레퍼토리.
영화관에 첫 들어설 때마다 내뱉는 내 전용 멘트이다.
달달한 카라멜 팝콘 냄새가 영화관 전체를 뒤덮는데 그 향에 취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곤 한다. 영화관에서 노숙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이니 말하면 뭣할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팝콘 코너에 이끌려, 양손 가득 팝콘을 쥐고 입 안에 넣으면 그 달콤함과 함께 팝콘은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내 마음도 같이 녹아내리고 만다.
어찌나 작고 부드러운지, 너무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옥수수 씨앗 같은 오돌토돌한 게 씹힐 때엔 마냥 말랑말랑하던 식감에 오묘한 긴장감을 안겨주며 저절로 더 웃음 짓게 만들곤 한다.
그런데 이런 나를 더 미치게 만드는 것은 영화관 풍경이었다.
화려한 조명을 받아 더 빛이 나는 영화 포스터들과 화면에 반복 재생되고 있는 예고편들.
아직 상영관에 입장하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온 몸이 들썩거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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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상영관에 들어가면 암전의 세계가 날 압도한다.
이때, 거대한 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등장하는 광고는 영화관에 온 것을 실감 나게 해 준다.
집에서 TV에서 보는 광고랑 똑같은데, 어쩜 그리도 느낌이 다른 건지.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보는 광고는 계속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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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how Box~" 하며 시작되는 영화.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공포나 액션 스릴러, 재난물은 사람의 혼을 아주 싹 빼놓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조용했다가 갑자기 확 커지는 소리 때문에 손에 땀을 쥐며,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내가 방심하고 있는 순간을 딱 노려서 엄청난 사운드로 나를 휘어잡는데, 아주 처참히 무너져 버리는 나였다.
오죽하면 그 굉음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다가오는 나머지, 호흡마저 가빠져 오기까지 했으니 원.
분명 처음에는 영화관의 이런 암흑의 세계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나의 시야와 귀에 들어오는 강렬하고도 짜릿한 자극은 이 영화관 특유의 캄캄한 배경 속에서 유독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었을까?
깊은 어둠이 묵직하게 내려앉은 공간 속,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 알 수 없는 무언가 속에서,
나도 뭐, 별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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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히려 좋다.
한껏 설레 하다가 또 한없이 유약해 지기도 하는 건
어쩌면 우리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영화관을 사랑하는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영화관에 있으면 나의 온 감각, 온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어서."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되어서."
그래서
영화관이 참, 좋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