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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손잡고 미안하다고 해

by 김의겸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싸우면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둘 다 잘못했어", "둘이 손잡고 미안하다고 해"라고 말이다. 손을 억지로 잡으면서 씩씩거리다가도 이상하게 화난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쟤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었다.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반성과 성찰이다.


정치 방송에서 여야를 모두 비판하게 될 일이 많다. 어떤 사안에서는 여당이 잘못하고, 어떤 사안에서는 야당이 잘못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 당만, 우리 정치인만 욕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양쪽의 지지자들이 서로 우리를 욕보이지 말고, 상대의 잘못만 깎아내리라며 화를 낸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마치 거울처럼 똑같이 화를 낸다. 상대 당도 비판하고 있지 않냐고 하면 양비론은 나쁘다며 더욱 화를 낸다.

잘잘못을 따지며 비판하는 건 양비론이고 나쁘다면, 한쪽을 덮어놓고 칭찬하며 상대를 조롱하고 욕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착한 것일까. 마치 한 쪽 눈을 가리고 달리기를 하라는 꼴이다.


전쟁은 언제 끝나죠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얼마나 자극적이고 지독하게 상대를 비웃고 조롱하는 지가 정치인 역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에게 총구를 돌리라거나, 내부총질 말라는 말이 일상이다. 대체 전쟁은 언제 끝나는가.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전쟁이 길어지면 무기가 발전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이 참호와 전선 위주로 고착되자 기관총이 등장했고, 전쟁이 길어지자 탱크가 등장했다. 정치에서도 내전이 끊이질 않자 온갖 창의적인 조롱과 비난이 개발되고 있다. 심지어는 물리적인 파괴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합의와 종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있다.


잘못은 그 자체로 잘못이다.

누군가 실수나 잘못을 했다면 "쟤네보단 낫다"라거나 "쟤네는 이런 말도 했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죄송합니다"하고 해야 한다. 정치를 떠나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상대의 잘못을 나무라면서, 동시에 내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는 것은 양비론이 아니다. 성찰 또는 염치라고 한다. 우리가 어릴 적 배우지 않았는가. 상대가 잘못해서 싸우게 되더라도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싸움이 멈추고, 진짜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때가 온다.


분명 선을 넘는 말과 행동, 판단이 끊이질 않고 있다. 1분짜리 숏폼 영상과 따옴표 기사가 판치는 정치권이다. 자극적인 도발과 비난이 인기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게 옳은 세상이고 정치일까.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과 사회에 가르치고 장려할 만한 좋은 태도인가.


우리는 어릴 때 이미 어떻게 싸움을 멈춰야 할지 배웠다. 반성과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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