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하는 것은 사원이 아니라 '부장'이다

by 김의겸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업무를 할 기회가 많았다.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것부터 복잡한 프로그래밍까지 정말 이것저것 해봤다. 불과 6개월 전에 강연 자료를 만들어서 강연을 다녔는데, 1달 전에도 강연을 했건만, 부끄러움을 느꼈다. 반년 사이에 결과물의 수준이 차원이 다르게 진화해 버린 탓에, 내 자료가 구닥다리가 되어 있었다.


인공지능, 대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AI 활용 강의를 다닐 때 항상 받는 질문은 "AI가 정말 사람을 대체할까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미 대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단순 상담 업무를 맡던 챗봇은 수많은 텔레마케팅 직원을 대신하고 있고, 광고 디자인 영역 역시 AI가 옥외광고 기획까지 파고들며 많은 디자이너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1인분 이상을 해내던 개별 기능들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고 하나를 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에는 기획, 카피라이팅, 촬영, 편집을 위해 각각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AI에게 의도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기획부터 카피, 편집까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과거에 상대적으로 '실무적'이라고 '짬처리'되던 현장의 물리적인 촬영 작업만이 인간의 영역으로 남게 된 셈이다.


AI가 겨냥하는 지점: 사원이 아닌 '부장급'


일반적인 직장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리에 앉아 전략을 짜고 기획하는 일을 맡는다. 부장급이 기획하면, 아래 직급들이 실무를 처리하고, 막내급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물건을 떼오거나 촬영을 지원하는 식이다.

그런데 AI가 대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장급'의 업무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논리적인 사고로 결과물을 내는데 특화되어 있다. 수만 페이지의 데이터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전략을 짜고, 수십 가지 기획 초안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전부 디지털 콘텐츠다.

반면,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대면하고, 예기치 못한 물리적 변수에 대응하며 물건을 나르는 '현장 업무'는 여전히 기계가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인공지능은 고도의 사고력은 가졌지만, 땀 흘려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AI가 만든 작업물을 인쇄라도 하려면, 그건 사람이 해야한다.


기능의 부족인가, 전달의 부족인가


AI의 결과물이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처음 AI를 접한 이들이 실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찰떡같이 말했는데 왜 개떡같이 알아듣느냐"며 불평하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내가 개떡같이 말한 건 아닐까?"

사람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도 단번에 내 의도를 100% 이해하는 동료는 드물다. 각자의 언어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의도를 상대의 언어로 명확히 전달하는 법을 안다. AI도 마찬가지다. 내 의도가 AI에게 오롯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제대로 말하는 법'을 익혀야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제 AI는 일반화의 단계에 들어섰다. 내 옆자리의 동료 대신 AI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제 동료처럼 AI와 대화하고 이를 관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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