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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휘목 Dec 31. 2022

2022.12.31.

 이번 새해는 전 세계에서 한국인들만 나이를 먹지 않는 해이다. 인생 게임 한 판 더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 것은 맞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행정문서상으로는 늙지 않고 해를 넘어갈 것이다. 

 올해도 31였고, 내년도 31이다. 31은 내게 사소한 이유로 특별한 숫자이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반 번호가 31이었다. 한 가지 더 이유를 찾자면 배스킨라빈스에 붙은 31 때문이기도 하다. 배스킨라빈스의 31은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출시한다는, 배스킨과 라빈스의 의지가 담긴 숫자이다, 로고에도 B에서 3을 L에서 1을 표시해 두었다.

 2022년 배스킨라빈스는 77년을 맞아 16년 만에 브랜드 로고를 바꾸었다. 기존에 있던 파란색은 모두 지우고, 1945년 로고의 브라운과 핑크로 돌아갔다. 처음 봤을 때, 뭐지 이 촌스러움은. 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귀여운 것도 같다. 코카콜라의 흑역사, ‘NEW COKE’급만 아니라면, 대부분 새로운 브랜드는 곧 익숙해진다. 빈티지 카메라 로고였던 인스타그램도 그라데이션 도형 박스로 변했을 때, 올해 최악의 디자인이라고 혹평을 받았었다.

 꾸준히 밀면, 어느새 이 모습 아닌 ㅁㅁ을 떠올릴 수도 없게 된다.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어야겠지만.


 ◐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에서 찰리 브라운이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을 브랜딩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이미 동네에선 바보로 취급받지만, 자신에 대한 정보가 0인 뉴비에게만큼은 ‘바보’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바보가 바보가 아닐 순 없으니, 첫 만남에서부터 정체를 들키고 만다.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대학생일 때, 에타에 ‘나는 바보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었는데, 내용도 ‘나는 바보다’가 끝이었다, 친구가 ‘이거 너지.’라고 물었다. 한 사람이면 그러려니 했는데, 또 다른 사람이 ‘이거 너지.’라고 했다. 이 학교에 바보는 나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된 지금은, ‘이 세상에 바보는 나뿐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새로운 해를 맞는다는 감각은 잊은 지 오래다. 그날이 그날이고, 오늘도 어제다. 무엇인가 달라지기 바라는 건, 태만한 자세다. 요령은 피우고, 요행은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촘촘하게 시간을 잘게 다지고, 하나씩 넣어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요즘 위기감을 느끼지 않아서, 두렵다. 발레리나 분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에 아픈 구석이 없으면 불안해진다고 했다. ‘어제 연습을 게으르게 했나.’라는 죄책감도 불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기반성이 필요할 듯하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은


반가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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