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피아노트#11 12화

by 전휘목 Mar 20. 2025

혜소는 서란을 피아노에 앉히고는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그 옆에 앉았다.


“기본은 스윙이야.”

“스탠다즈 스윙말이지, 그 정돈 알아.”


딱 그 정도 알았다.

“자 ‘도레미파’부터 하자.”

“야, 너 지금 나 무시하냐. 너도 봤잖아, 안 죽은 거.”


성격이 튀어나왔다.


“안 죽었으니, 죽여야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서란을 보고 혜소가 덧붙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되고 싶다며?”

“그렇게 거창하게 말한 적 없어. 그냥 재즈 배우고 싶다고 했지...”

"그렇게 거창하게 말한 거 아니야, 피아노 치면, 피아니스트인 거지. 대단하게 생각하지 마.”


따뜻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도 혜소가 하면. 어딘가 삐딱하게 들렸다. 지나치게 꼬인 건가. 녀석도 좋은 의도로 말한 걸 거야. 서란은 서란을 설득했다.


“어떻게 죽이면 되는데.”

“도레미파솔라시도 쳐봐. 박자에 맞춰서.”


혜소가 인간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세주었고, 따라 쳤다.


“지금 박이 균등했지. 재즈는 여기서 2박과 4박에 강세를 줘야 해. 이렇게”


2박과 4박 강세를 주며, 혜소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상행했다. 강약을 바꾸자 ‘그루브’가 생겼다.


“이 감각이 네 손가락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돌고 있어야 해. 무너지지 않게.”


혜소가 시범으로 왼손으로 박자를 세고, 오른손으로 솔로를 쳤다. 파도의 끝자락을 끈으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란은 묘기를 보듯이 혜소의 연주를 감상했다.


“그럼 네 차례야.


혜소가 박수로 강세를 강조했고, 서란이 그에 맞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쳤다. 쉽게만 들렸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돌았을 때도 손가락이 절었다. 균일하게 줬던 힘을 빼고 넣는 게 잘 되지 않았다.


하긴 강약 조절은, 클래식에서도 약점이었다.


“좋아. 조금 못하네.”

감정이 깨끗하게 빠진 목소리로 혜소가 사실을 말했다.

“거 좋네, 솔직해서.”


진심이었다. 음악도 사람도 솔직해서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트 #11 11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