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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트#11 13화

by 설다람

책상 아래 왼발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4박을 8박으로 쪼개고, 다시 4박으로 돌아왔다. 다음은 셋잇단음표로 변환할 차례다. 달각 달각


박자 연습만 하는데도, 묘하게 신나네. 춤추고 싶어. 이제는 양발로 리듬을 탔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재즈 강습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의자 고장 났어?”


귀 밝은 곽 선배가 쥐 발자국 소리보다 작은 서란의 까딱거림을 알아챘다.


"아, 최근 들어 삐그덕거리네요."

거짓말을 조약돌처럼 달그락거렸다.


스윙을 간신히 참았지만

퇴근 후 지하철을 기다리다 춤을 추고 말았다.


집에 도착해 곧바로 매트리스에 눕고는 혜소가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1번 트랙은 · Ahmad Jamal Trio의 It Might As Well Be Spring였다. 얇은 천을 하늘 높이 펼쳤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발라드 곡이지만, 왼쪽 베이스를 강하게 내리쳐 역동성을 살렸다. 깔끔한 연주였다.


취향에 작살을 꽂았다


리스트 전체 반복 재생으로 놔둔 채 베개를 껴안았다. 좋은 노래를 듣다가 곡이 모두 끝나면, 쓸쓸해진다.


적어도 잠들기 전까지는 멈추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세상이란 기억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서란은 금세 잠들었다.


심하게 코도 골았다.


그에 맞춰 뒤이어 Celia을 연주하는 Bud Powell도 신음을 냈다.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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