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로 끓인 물을 스테인리스 그룻에 붓고, 고무장갑을 낀 손을 집어넣었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길러진 손이다.
7살 때 나무를 타다 떨어져 손을 다치고 나서, 피아노를 치는 능력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육체는 소모품이다. 닳고 부서지고,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에, 혜소는 완전한 원을 그리고 싶었다.
어떤 것에도 상하지 않은 완전무결한 형태.
불협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그 균형을 다시 해체시키는 운동이
그려내는 끝없는 순환.
그것이 혜소의 손가락이 도착해야 할 종점이었다.
따뜻해진 손을 꺼내고 이번에는 아령을 잡고 손목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오랫동안 쉰 탓에 근력이 약해져 있었다.
목숨을 걸고 지킨 손이다.
헛되게 버려서는 안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음악을 추천해 달라는
이상한 제자를 들인 것은
별개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