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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트 #11 15화

by 설다람

“자 이제 감이 잡혀?”

일요일 오전 내내 Now's the Time 의 테마를 50번 반복해서 친 서란에게 혜소가 말했다.

“물론...이지...”

"아닌 것 같은데."

코드와 멜로디를 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중학교 때 받았던 특훈이 영 헛된 노력은 아니라는 걸, 처음 들은 곡을 완벽하게 따라 쳤을 때 새삼 깨달았다. 확실히 녀석 옆에 있으면, 실력이 살아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루브’였다.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왜 네 말대로 셋잇단음표에 맞춰서 치고 있잖아.”

“셋잇단음표에 맞춰서만 치고 있어.”

“뭐가 다른데!”


혜소가 조금 전 서란이 친 라인을 쳤다. 달랐다.


“왜 다른 건데!”


“단순히 박자의 문제가 아니니까. 다시 쳐봐”


서란이 정확히 스윙 리듬을 연주했다. 어색했다. 발레 추는 각목 같다랄까.


아니, 왜 안 돼. 너 뭐 돼? 이러면 난 뭐 돼?


한 성격하는 서란이 결국에 제 분을 참지 못하고 방방 뛰었다. 성질을 부릴 대로 부리고 나서, 지친 서란은 쓰러져 바닥의 일부가 되었다.

피아노에 앉은 혜소는 차분하게 곡을 연주했다. 같은 멜로디였지만, 반주가 달랐다. 훨씬 더 부드럽고, 풍부했다.

녀석이 준 플레이리스트 속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그 리스트 속에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앨범을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네.


“너 왜 피아노 안 쳐.”


“치고 있잖아.”


“내 말은 정식 연주. 이를 테면 앨범 녹음 같은 거, 안 한다면서.”


혜소는 피아노에서 손을 떼고, 마치 집도하기 전 의사처럼 양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까워서."


서란은 얄미운 손가락을 깨물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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