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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an 11. 2021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l 드렁큰 에디터


알록달록 양껏 트렌디한 책에
‘제목이 대체 왜 이래?’
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수십 년을 모범생 명찰만 달고 살다 보니
이런 삐딱한 어휘는 아무래도 좀.....

이라고 말하며 올해 가장 먼저 선택한 책입니다.ㅎㅎ


아주 솔직히
이런 ‘속 시원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은
내용이나 작가를 불문하고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법이다.


자, 그럼 이렇게 반짝이는 책을 쓴
신예희 작가님은 누굴까?


대학 졸업 후 약 20여 년간 프리랜서로 살아온 여자 사람.
만화도 그리고 글도 쓰고, 방송과 강연도 하며,
여행작가로도 일해온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일들을
다 하며 살아온-
걸어 다니는 ‘창작가’이다.


그런 그녀는 물욕이 ‘풍부한(?)’ 사람이다.
컬러풀한 색감과
취향에 맞는 것들을 당당하게 좋아하는 마음과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척! 하니 사서 쓸 수 있는 넉넉함이 있다.


미니멀리스트보다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깝다고 본인을 소개 하지만,
제삼자인 내가 봤을 때
그녀는 미니멀리스트나 맥시멀 리스트라는  
고정된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녀는 스스로 열심히 번 돈으로
필요하며, 갖고 싶은 것들을 사들이고
사들인 것들은 야무지게 잘 써내는 사람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카드를 벅벅 긁으며 쏘다니는 여행자가 아니다.
하루 천 원, 이천 원씩 모아서 만들어낸 적금으로
만기를 맞이할 때마다
그 주머니 돈으로 여행을 떠나는 개념여행가이다.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소비는 하되 낭비는 하지 않는다.
애인의 생일 선물을 위해
일 년 삼백육십오 일간 푼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구매한 선물을 건넨다.


그녀라고 해서 실수를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일인가구자 중 한 명으로
알뜰하고 싶었던 마음에,
가장 싼 휴지를 1+1로 구매한다.
그리고 써도 써도 줄지 않는
거칠고 거친 휴지를 보며 결심한다.
이제 휴지만큼은 가장 비싼 것으로 사겠다고...


그러면서 그녀는 소비의 기준을 잡아간다.
무조건 더 싼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잘 쓸 수 있는 것을 위해 지갑을 열기로.


신예희 작가는 짓눌린 소비자가 아니다.
분수에 맞추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소비를 한다.


한때 지갑을 꽁꽁 닫으며
내 옷만큼은 한벌도 사지 않고
1년을 버티겠다고 결심했던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결심은 멋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그것이 건전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금세 나의 작은 행복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결심을 했다.
다시 옷을 사들이고,
멋쟁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아침
옷을 골라 입는 재미만큼은 느끼며 살아보자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신예희 작가도 숱한 실패 끝에
자신만의 쇼핑법을 알아내고,
타인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물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작가는 책에서
물욕에 대해서, 쇼핑에 대해서
그리고 글의 후반부에서는
자신이 써보고 좋았던 물건들을 소개하는
카테고리까지 엮어낸다.   


신예희 작가는 글을 참 찰지게 잘 쓴다.
글쓰기의 정석을 따라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글 솜씨를 주체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의 글을 읽는 기분이 들었으니,
글 하나는 확실히 잘 쓴다.


다만 이 책을 읽는 초반부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생겼다.
신예희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 특유의 존대어와 경어를 오가는
재치 오만 점짜리 문체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비슷한 기법이 수두룩 빽빽하게 쓰인다.
그래서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은 첫날은
약간의 거부감마저 들었다.
덮을까 말까 하는 고민은 시간만 낭비할 뿐
신 작가님께도, 내 인생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꾹 참고 읽어 넘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읽어도 읽어도 비슷한 문체이지만,
신예희 작가는 그녀만의 개성과 재치로
그녀 만의 글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읽을수록 빠져들어
글솜씨를 고스란히 빌려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가볍게 기분 좋게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그런 작은 책이다.


책을 펴낸 1인 출판사 ‘드렁큰 에디터’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오늘은 글끈기가 모두 소진된 바람에
이만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예쁜 책 좋아하는 사람!
새해를 맞이하여
나만의 소비 관념을 착착 정리해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맛깔난 문체를 온 마음으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별 다섯 개를 받으며 당신에게 읽힐 겁니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내 돈 내산 북리뷰였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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