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장꼬임, 우리 아이의 그날 밤이 떠올라서...

에피소드 3. 우리 아이가 장 중첩증을 겪은 이야기.

by 다니엘라

(2020.02.04)


소아 장중첩증, 소아 장꼬임...
경험은 해 보지 못해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병명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발 빠른 처치를 해야 완치가 되는 질환이다.


우리 둘째 아이에게 있었던 일이다.



지난해(2019년) 7월 2일 화요일. 무더웠던 날.
둘째 아이 요한이가 아침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22개월 하고도 24일 되던 날이다.
말을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의사 표현 정도는 가능했던 시기이다.


그날 아침,

간간히
“엄마 배 아파!”
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요한이를 보고,
“응가할까? 응가하면 괜찮아.”
하며 배를 살살 쓸어내려 줬었다.



시간은 재어 보지 않았지만, 잘 놀다가 한번씩 와서
“엄마 배~ 아야.”
하는 정도여서 크게 마음을 쓰진 않았다.



평소처럼 아침밥을 먹이고(밥을 잘 먹진 않았다.) 등원을 시켰다.
오후에도 배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데려갈 생각으로

나도 바쁘게 출근을 했고,

오후 네시쯤 되어 아이를 다시 만났다.


어린이집에서도 평소처럼 잘 놀았지만,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해서 선생님이 배를 만져 주셨단다.
만져주고 나면 또 괜찮아져서 다시 잘 놀았다고 하시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아직도 배가 아프다고 하니 가까운 아동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이 네 분 정도 계시고 우리 집 근처에서는 가장 큰 아동병원이라서 아이가 열이 나거나 많니 아플 때 주로 찾는 병원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가벼운 감기는 자연 치유되도록 놔두고, 콧물이나 기침이 며칠 이상 지속되면 일단은 근거리에 있는(걸어서 10분) 동네 의원을 찾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평소와 달리 복통을 호소하기에 차를 태워 아동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가까워질수록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횟수가 늘고, 아이가 이전보다 좀 더 창백해 보이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20분 이상 기다린 후 진료를 받았다.
열이 나거나 구토 혹은 설사의 증상이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보시기엔 변비로 인한 복통일 것 같다고 하셨다.
우선, 엑스레이를 찍었다.



담당 선생님은 역시 예상대로
요한이의 대장에는 가스와 ‘변’이 차 있다며 이게 좀 빠지면 나아질 거라고 하셨다.
작지만 힘이 센 우리 아이를 붙들고 (생쇼를 하며) 관장을 했다. 요한이와 나는 둘 다 땀에 흠뻑 젖었고, 아이는 세상이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울어재꼈다.


그렇게 드라마틱한 관장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나아지겠거니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요한이는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나도 변비에 걸렸다가 변을 싹 - 보고 나면 가끔 잔여 복통이 남아있다. 그래서 아이도 그런 증상 일거라 생각을 하고 평소와 같은 저녁시간을 꾸역꾸역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이는 저녁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아이가 먹지 않으니 엄마인 나도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한이는 더 잦은 주기로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텨 아이들이 잘 시간이 다가왔고...
남편과 함께 고민을 시작했다.


응급실에 가는 게 좋겠다는 나.
응급실에 가면 아이가 필요 이상 고생을 해야 하니 날이 밝으면 병원에 데려가자는 남편.


그런데 그때부터 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아파하기 시작했다.
그럴 아이가 아닌데...
아이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지기 시작했고,

정말로 아이가 못 견디게 아파 보였다.



더 이상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챙겨서 소아응급실이 있는 울산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요한이 생후 두 번째 응급실이다.
(생후 50일이 채 안되었을 때 약간의 열을 감지해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뛰었었다. 그 당시 큰일 났구나 싶어 응급실에 갔다가 아이가 엄청 고생한 기억이 있다. 결국은 단순 감기였는데...)


밤 10시가 지난 시각, 응급실에 도착.
체중, 체온 체크를 먼저 하고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를 먼저 찍어보자 하신다.
하루 만에 엑스레이를 두 번 찍게 되는 날이 오다니...


엑스레이 결과로는 정확하게 문제의 원인이 보이질 않으니 초음파를 해보자 하셨다.


나는 우리 아이를 살라달라는 심정으로 무조건 네, 네..
그리고 남편은 아이가 고생할까 봐 썩 내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동의하고 기다렸다.

(사실 동의하고 말 것도 없었다. 아이는 이미 자지러지고 있었으니...)



시간이 흐르며 아이는 졸다가 자지러지다가를 반복했다.

따라온 첫째 아이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불안한지 엄마 아빠에게 딱 붙어 있었고, 우리 부부는 그런 첫째 아이도 잊지 않고 수시로 쓰다듬어 줬다.



열한 시가 조금 지나 요한이의 복부 초음파가 시작되었다. 그날의 응급실 담당의사는 조금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초음파를 한참을 하며 한마디 말씀이 없으시다.
그러더니 곧 연배가 좀 있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셨다.



연배 있는 선생님께서 초음파를 보시더니,
단번에 의심했던 장꼬임이 맞다고 하셨다.
전문용어로 장중첩증.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 그 순간 장이 꼬이는 게 초음파로 보인단다. 그래서 초음파를 하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그것을 잡아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장중첩증(intussusceptions)
장중첩증은 아랫부분의 장이 윗부분의 장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질환을 말합니다. 옛날 해적들이 쓰던 망원경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망원경을 접는 것처럼 장이 장속으로 밀려들어가는 질환을 장중첩증이라고 합니다.

빨리 교정하면 문제가 없으나, 발병 약 2-3일 정도 지나면 장이 눌려서 피가 통하지 않아 장이 괴사 하고,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병입니다. 대부분 24개월 이하에서(전체 환자의 80%) 발생하며, 그중 특히 12개월 이하에서(전체 환자의 60%) 많이 발생하고, 5-11개월 사이의 환아가 가장 많습니다. 여아보다 남아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 네이버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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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첩증, 혹은 장이 꼬인다 했을 때 처음 떠오른 그림은 꽈배기처럼 장이 꼬이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망원경처럼 장의 한쪽이 다른 쪽의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장중첩증이란다.
그러니 실제로 장꼬임보다는 장중첩증이라는 표현이 그 내용을 더 잘 설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다시 그날 밤으로 돌아와서.
장중첩증의 1차 치료는 ‘공기 정복술’
쉽게 말해 아기의 항문에 고무관 같은 걸 넣어 공기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엄격하게 정해진 압력의 공기가 장으로 들어가면서 중첩되었던 장이 올바르게 펴지게 하는 시술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공기 정복술을 긴급하게 진행할 것을 권하셨다. 자정이 되면 공기 정복술 전문의가 퇴근을 할 예정이니 어서 시술실로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만약 공기 정복술로 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수술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때 시각 11시 30분.
퇴근을 준비하던 여의사 선생님께서 시술실로 들어오셨다. 의사 선생님은 피곤함과 짜증이 정확히 절반씩 섞인 표정이었지만, 그 순간 우리 사이에서는 친절이라는 게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살려만 주신다면, 친절을 베풀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내 눈 앞에서 보여 주시는 그 불친절마저도 감사했다.



딱 잘라 거절하지 않고 와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기에 불필요한 감정들은 떠올릴 수 조차 없었다.

그리고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만에 우리 아이의 장을 깨끗하게 풀어 주셨다. 단번에. 성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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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몸을 비틀고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가,
장이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고 나자 거짓말처럼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아기 고양이마냥 살살 졸기 시작했다.


12시.
입원 수속을 마치고 소아 병동으로 올라왔다.
아이가 자고 있으니 체중이나 기본 검사는 아침에 하기로 했다.



첫째 아이와 아빠는 집으로 돌아가고,
내가 요한이와 함께 병원에 남기로 했다.
아이가 침대에서 곤히 잠들고, 그 아이를 지켜보며 안심하는 사이 뒤늦게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된 후로는 나의 식욕보다는 아이의 안위가 늘 먼저였던 것 같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배가 고파진 걸 보면, 모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까지도 절제시키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다.



내 마음을 언제나 찰떡같이 잘 아는 남편은

빵과 옥수수 수염차, 그리고 구운 계란을 넉넉히 사 주고 이삭이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요한이는 뒤척임도 한번 없이 잘 잤다.



하루 동안 아이를 금식시키며 지켜보다가 ,

다시 복통을 호소하지 않으면 시술 후 12시간 후에 물부터 마시고, 죽, 그리고 식사까지 천천히 해 나갈 거라고 하셨다.



장중첩증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높은 확률로 다시 발생할 수 있고 72시간 내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잘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웃으며 햇살을 바라보았다.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이 답답했지만, 아이가 웃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장중첩증 시술 후 다음날 아침


그럼에도 밥 먹는 시간까지 참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요한이가 먹고 싶을까 봐 나도 같이 한없이 굶었다.

아이도 힘이 없었고, 나도 약간씩은 휘청거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후
물을 마시고, 죽도 조금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흰쌀밥을 마주했다.
세상에...

밥을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이는 밥도 잘 먹었고, 건강하게 잘 회복해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요한이는 퇴원 허락을 받게 되었다.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우리 가족에겐

이 모든 일이 꿈속에서 일어난 일 같았다.

그리고 무조건 감사했다.


그 날 이후로는 요한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한 번도 장꼬임이 재발한 적이 없었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장중첩증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이가 떼굴떼굴 구르며 복통을 호소한다.

평소에 아픈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며, 시간이 많이 흐를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기에 부모는 늘 신경을 써야 한다.

말 못 하는 어린아이에게 잘 나타나는 질병인 만큼 부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하루 종일 아이가 배가 아픈걸 그냥 놔두고

오후가 되어서야 병원에 데려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귀엽고 해맑은 두 아이를 보며
요한이가 아팠던 그날 밤이 갑자기 떠올라,
그날을 복기하며 한번 적어보았다.



같은 증상으로 고통받고 걱정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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