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코로나를 처음 마주하던 어느 평일의 이야기.
(코로나가 삶을 덮치기 시작했던 202년 3월 5일의 글.)
우리는 매일 공짜로 각자 24시간 씩을 선물 받는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큰 이변이 없다면
24시간을 선물 받게 된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특별히 요즘은 더 공짜 같이 느껴지는 이 2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많다.
아이들과 내가 집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즐겁게 24 시간을 채워가는 법이라...
처음엔 24시간을 꼬박 아이들과 붙어 지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큰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의 끼니가 소흘한 것을 두 눈 뜨고 잘 못 보는 나로서는 일단, 챙겨 먹이는 것부터가 ‘스트레스!’
아이들이 세끼 모두 든든히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삼시 세끼 잘 차려낼 자신이 없으며 능력도 없기에 ‘스트레스!’
눈 앞에 보이는 집안 풍경이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길 바라는데, 아이들과 늘 함께 있다 보니 깨끗할 리 만무한 집안을 바라보며 또 ‘스트레스!’
이왕 같이 지내는 거 형제간에 우애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쌈박질을 해대니 - 그것도 또 ‘스트레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필요한데,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루 한편 영화를 보여주는 건데... 그 시간마저도 설거지 또는 식사 준비 또는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
이래 저래 크나큰 피로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사는 중,
이 24시간을 어찌하면 좀 더 선물 같은 시간으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아니, 고민은 좀 너무 거창한 것 같고...
아이들과의 이 시간에 대해 짱구를 좀 굴려 보았다.
결국 이번 주 포함 3주를 더 채워내야 하는데
‘스트레스’만 받으며 지내기엔 너무 억울하다!
그리고 3주가 지났을 때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적당히를 지키며 그럭저럭 해 오기는 했지만, 하루하루의 편차는 좀 큰 편이었다.
엄마 컨디 숀이 안 좋으니께 - 오늘은 먹구름 낀 힘든 날.
애들이 너무 말을 안 듣고 힘들게 해서 진이 다 빠징께 - 오늘은 기절하고 싶은날.
특별히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넘쳐서 궁둥이 붙일 시간이 없어서 - 오늘은 피곤해서 말도 하기 싫은 날.
들이 이어지고,
아주, 아주 가끔....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 운 좋게 걸려든 - 햇살 가득 기분 좋은 날.
뭐- 이런 식의 날들이 이어져 왔다.
그 리 하 야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남은 시간은 조금 더 가볍게,
재미지게,
그리고 좀 덜 잘 챙겨 먹이면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적당히’ 하기로 해 놓고선,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이끌려고 갖은 애를 썼고,
인상 꼬깃꼬깃 써가며
정자세로 앉아서 엄마가 주는 고봉밥을 다 먹어치우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했으며,
귀찮은 놀이를 하자고 아이가 다가올 때마다 싫은 내색을 하며,
아이들이 ‘유의미한’ 일들만 해내기를 원했던 엄마의 모습을 벗어던져보려고 한다.
내일은 좀 편하게
아이들과 지내보려고 한다.
‘엄마 같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즐기는 엄마 -
그리고 아이들의 요구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들어주는 말랑 말랑한 마음의 엄마-
그리고 요구르트에 빵 한쪽을 아침으로 던져 주고도 죄책감 느끼지 않는 엄마가 되기로 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 시기는 모두가 힘들게 보내고 있으니까.
너무 애쓸 필요 없이,
그저 흔치 않은 이 기회를 아이들과 같이 즐기기로-
곤히 자는 아이들의 머리맡에서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더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