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동화
2020년에 처음으로 써본 동화였는데,
스토리가 잔잔하기만 하고 포인트가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다시 동화를 좀 써보고 싶어요.
[수국맨숀의 촘촘이]
촘촘이들은 오래된 아파트 ’수국맨숀’에서 살고 있다.
왕촘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여기 우산시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한 동짜리 아파트가 촘촘이들의 보금자리 ‘수국맨숀’이라고 했다.
낡은 아파트라 지금은 비록 어린아이가 단 한명도 살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자신감을 갖고 살라고 하셨다.
우리는 우산시 최초 ‘수국맨숀’의 촘촘이 자손들이니 말이다.
촘촘이들은 뽀얗고 동글동글한 먼지들이다.
촘촘이들은 아이가 있는 집 마룻바닥으로 기어들어가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일을 한다.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뽀얗고 동글동글한 몸을 폭신하게 뭉쳐 서로의 손을 맞잡아 통통거리는 마룻바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한때는
촘촘이들의 몸이 열 개 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바빴었다.
신축 아파트인 ‘수국맨숀’에 이사해오는 가족들의 설렘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통통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집집마다 자리를 잡고 층간소음을 온몸으로 받아내곤 했었다.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503호 하얀 머리칼 할머니댁의 얌전한 두 손녀딸이나, 302호 주먹코 할아버지네의 손주녀석이 찾아와야만 촘촘이들에겐 소일거리라도 생겨난다.
그나마 있는 503호 하얀머리칼 할머니댁의 손주딸들은 잘 뛰어다니는 법도 없어, 촘촘이들이 마루 밑에 손을 부여잡고 한참을 기다렸다가도 헛탕을 치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302호 주먹코 할아버지네 손주녀석은
사정없이 뛰어다니기로 유명해서
그 녀석만 오면 촘촘이들 사이에서 비상이 걸리지만,
동시에 촘촘이들에겐 기쁨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부터
302호 주먹코 할아버지댁이 잠잠해졌다.
열 네밤을 자고 일어나면 손주녀석이 찾아왔고,
또다시 열 네밤을 자고 일어나면
손주녀석이 찾아오곤 했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이 지나고,
향긋한 봄을 지나며,
매미가 맴맴거리는 여름이 왔는데도
302호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없다.
잠시 햇볕을 쐬러나간 큰촘 이모와 작은촘 이모가
아파트 정자에 나갔다가 302호 할아버지 손주네 이야기를 들으셨단다.
할아버지 손주네는 비행기를 타고 저기 바다 건너의
한국말을 하지 않는 먼 나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그날 저녁 촘촘이들은 잔뜩 풀이죽어
서로서로 손을 맞잡는 놀이도 하지 않고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이제 촘촘이들은 더 이상 기다릴 사람도 없어졌다.
아침에 한나절, 그리고 저녁에 한나절
재미삼아 서로 손을 부여잡고 촘촘거리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어졌다.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왔다.
하얀색 오토바이 헬멧 같은 걸 쓴 아저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를 들락거렸다.
‘혹시 새로운 꼬마들이 이사 오는 건 아닐까?’ 하고
촘촘이들만 애를 태우며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수국맨숀’에 새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수국맨숀’의 터줏대감이었던
이마 반짝 할아버지와 동글이 할머니를 시작으로
한집, 두집 커다란 트럭을 타고 ‘수국맨숀’을 떠나갔다.
우산시의 자랑이었던 ‘수국맨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촘 할아버지는 ‘긴급대책회의’로 촘촘이들을 모아 세웠다.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촘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으흠, 험험. 촘촘이들에게 알린다.
우리 수국맨숀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단다.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촘촘이들을 잘 지켜준 보금자리였지. 허나,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도 우리들도 살 수가 없게 되었구나.”
“그럼 우리는요?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꼬마 촘촘이들이 일제히 외쳤다.
“별 수 없지, 우리도 떠나야지.
우리들도 저기 길 건너,
작은 아이들이 많이 사는 별빛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해.”
촘 할아버지는 눈가를 촉촉히 적시며 말씀하셨다.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촘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열 밤쯤 지났을까.
커다랗고 묵직한 차들이 우르릉 몰려와서
수국맨션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촘촘이들은 가져갈 옷도 짐도 없이
동글동글하고 폭신한 몸을 이끌고
하늘을 찌르듯 높이 솟아 있는 별빛 아파트로 향했다.
늘 함께 했던 구호를 외치며...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와글와글, 까르르...”
벌써부터 아이들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왔던 촘촘이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별빛 아파트 아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잔뜩 마음이 부푼 촘촘이들만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
“촘 촘 촘 촘, 서로 손을 맞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