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헤어컷. 분주한 리액션의 향연

by 다니엘라

“어머나! 왜 이렇게 짧게?”

“우와! 파격 변신이네요?”

요 며칠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받는

단골 인사 멘트다.



-

지난 주말.

한참을 기르던,

이제 막 긴 머리 진입장벽을 넘어서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오래간만에 긴 머리로 쭈욱 기르겠다던 마음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남편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숱이 없는 내 긴 생머리는 풀이 죽은 채

머리통에 딱 달라붙어 어쩔 줄을 모르고 펄럭였다.

아침에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고민을 거듭했다.

'볼륨을 어떻게 살려볼까..?'


볼륨을 살리는 데 짧은 머리만 한 건 없다.

게다가 지금쯤 변화를 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긴 고민과,

빠른 결정으로

주말이 되자마자

미용실에 다녀왔다.


싹둑!


숏컷을 했다.

생머리 커트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볼륨펌까지 추가했다.

어느새 내 머리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 머리가 되어 있었다.

(레트로 레트로 레트로...)


미용이 끝난 엄마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들의 반응은

“엄마! 깔깔깔깔 깔깔깔,

엄마 뽀글이다! 뽀글 아줌마다! 깔깔깔!”

그리고 뒤이어 큰 아이가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뽀글뽀글 안 하기로 저랑 약속했잖아요!”

(응 이게 뽀글뽀글 안 한 머리야! 이건 뽀글 뽀글이 아니야)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 집 현관 밖의 지인들의 반응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너무너무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남편의 말만 믿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작은 평화를 위해

애써 남편 말을 굳게 믿는다.


그리고 현관 밖의 사람들을 마주한다.


파격 헤어 스타일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은

대략 세 부류 정도로 나뉜다.


첫째는

(긍정의 감정 부정의 감정 할 것 없이)

입 딱 벌리고

깜짝 놀라는 부류!


둘째는

변화를 목격했지만 쑥스러운지

(얼굴에 어색함을 주렁주렁 달고)

애써 외면하는 부류!


셋째는

이 사람 뭔가 변한 것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네

하는 표정으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부류!


셋다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링이 끝난 후

내가 감당해내야 할 몫이다.


타인을 마주 하는 일.


“어머나! 왜요 왜?

왜 이렇게 짧게 잘랐어요?”

하고 물어온다.

“아하하..^^

봄이 와서 시원하게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두 세명쯤과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머리를 하고 그다음 날이 주일이라

교회에서 왔다 갔다 하며

수많은 ‘아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네댓 번째 사람들과 마주할 때부터는

나의 표정은 이미 준비 완료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예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답변을 쏟아낸다.


또 한 명이 다가온다.

상대의 눈빛에 짤막하게 놀람이 스친다.

그런데 아무런 코멘트가 없다.

일상의 인사를 나눈다.

그러곤 쏘 쿨 ~ 하게 지나간다.

당황한 쪽은 내쪽이다.

헤어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표정관리까지 딱 해놓았는데,

상대가 반응이 없자 오히려 내가 당황을 한다.

어버버 하게 인사를 끝내고

뒤돌아서는데, 뒤꼭지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새롭게 헤어 스타일링을 마친 후

늘 있는 일이다.


안경도 쓰지 않고

그다지 멋쟁이도 아닌 나에게

헤어의 변화는

가장 눈에 띄는 외모의 변화이자 도전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상대의 반응을 진지하게 살핀다.


멀리 다가오는 상대와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어색한 미소를 장착한다.

미리 쑥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상대가 알은체를 하면

과녁 적중!

이라는 생각을 하며 준비된 멘트로 받아쳐낸다.

반대로 상대가 무반응이면

나 혼자 당황해 발그스레한 미소로

짧은 인사를 마무리 짓는다.


아무래도 생각이 이쯤 흘러가면

나도 관종(관심종자: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측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용실에 다녀오고

내가 제일 긴장하고

내가 제일 당황하며

내가 제일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곤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헤어스타일의 파격적인 변화에

(그래 봤자 사운드 오브 뮤직 마리아 선생님ㅎㅎ)

내 마음 한가운데선

즐거운 감정의 동요가 일어난다.

외모의 변화가 잦지 않은 내가

주기적으로 파격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주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변화된 나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일차적 기쁨을 느끼고

내 주변을 둘러싼 나를 '아는 이들'의

살아있는 알록달록한 표정을 감지하며 또 한 번 즐거움을 맛본다.


머리를 새로 한 지 사흘이 지났다.

사흘쯤 되고 보니

일상에서 마주칠 사람의 8할은 다 스친 것 같다.

새 머리 신고식과 표정 교환도 얼추 마무리가 되어 간다.

이젠 차분히 지내며

변화를 통해 획득한 관심의 비타민을 양분 삼아

일상에 녹아들어 살아갈 일만 남았다.


오늘도 부쩍 가벼워진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쓰윽 훑어보며

나 홀로 미소 짓는다.


변화가 이렇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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