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 아이말 정산
[아이말 결산]
아홉 살, 다섯 살 두 아들을 키우며 귀엽거나 잊지 못할 아이들의 말들을 일정기간 수집하여 정리해 두는 글.
지난 8월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9월은 아이들이 귀엽기도 했지만, 둘째 아이의 말 성장이 눈에 띄었던 기간이다.
‘했어요’
‘해쎠요’
했던 발음들이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기 시작하여 ‘쪄요 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확 줄었다.
‘오구오구 많이 컸네, 우리 꼬마~’
하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기만 했던 아이의 급격한 말 성장이 낯설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귀여움이 더 녹아내리기 전에 8월과 9월에도 아이들의 귀여운 말들을 부지런히 낚아 올렸고 그것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잠깐!! 아이말 결산을 시작하기 전,
이 글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귀여움을 담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이라서 그렇지요. ㅎㅎ
재미없더라도 이왕 읽기 시작하셨으면, 보통 아이들의 보통의 성장 속도를 즐기시고, 보통 아이들의 보통의 순수함도 느껴보세요, 귀엽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8, 9월 아이말 결산]_출연: 9살, 5살 꼬마
1) 형이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가끔 형이 집중을 하면 세상이 떠나가라 불러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다.
그날 동생은 형 앞에 앉아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형아, 형아, 형아 이것 봐~.”
“……”
“형아, 형아~ 이것 좀 보라 구우~”
“……”
“형아!!!! 형아, 이것 좀 봐봐~!!”
“……”
(잔뜩 토라진 얼굴로…)
“형아! 나 신경 안 써??”
형은 그제야 동생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듯 엄마 아빠에게 와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엄마 요한이가 너무 귀여워요. 저한테 뭐라고 했냐 하면……”
덕분에 엄마 아빠도 한참을 웃었다.
2) 주말 아침, 두 아들과 아빠는 학교 운동장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로 했다.
각자 헬멧을 쓰고 보호장비를 착용하라는 미션을 주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보호장비를 ‘착착’ 착용한 형과 달리 동생은 오래도록 거부를 한다. 형의 설득이 시작되었다. 건넛방에서 듣는 형과 동생의 대화…
“요한아 겁쟁이 하지 말고 안전 헬멧 써봐 이거 쓰면 얼마나 귀여운데, 이거 쓰면 어른들한테 귀엽다는 말도 들을 수 있어.
너 말이야~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그러니까 빨리 써 봐. 이거 쓰면 안전해.
그리고 너 어제 보니까 겁쟁이던데, 항상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야 해 안 그러면 나중에 혼자 살 수도 있는데, 그때 엄마랑 떨어질 때 울 수도 있어, 그러면 창피하잖아.”
(응? 갑자기? ㅋㅋㅋ 나중에 혼자 살 수도 있는데, 엄마랑 떨어질 때 울 수도 있다며….ㅋㅋㅋㅋㅋ)
결국, 형님의 아무 말 대잔치 설득으로 동생은 헬멧을 쓰고 나갔다는 훈훈한 이야기..
3) 두 형제가 나란히 거실에 앉아서 ‘포켓몬 세계 대도감’ 책을 보고 있었다. 각자 자기 책을 보고 있는데 동생이 자꾸 형아 책을 기웃거린다. 형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동생은 형아 책을 조금씩 훔쳐보더니 급기야는 형님 무릎에 몸을 딱 붙이고 앉아 책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많이 귀찮고 싫은 형은 “ 너 저기 가서 네 거 봐. 왜 자꾸 내 책 보는 거야? 아이 진짜.”
그러거나 말거나 동생은 형에게 찰싹 붙어 앉아 책을 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형아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형아! 내가 정말로 아끼는 보물이 이쎠(있어). 그건 바로 형아야.”
꿀 뚝 뚝..
금세 형아 얼굴엔 미소가 반드르르르르 번지고 사이좋게 포켓몬 도감을 보았다는 훈훈한 이야기..
4) 한 달에 한번 손주들을 보러 오시는 친할아버지와 아이들이 통화 중이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할아버지 할머니와 통화를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작은 아이에게 말씀하셨다.
“요한아, 할아버지가 요한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요한이 보러 빨리 갈까?”
“네, 할아버지.
코로나 끝나고 만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한이가 코로나 끝나고 만나자네요 아버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교육을 찐하게 받은 유치원생 어린이와 애타는 할아버지의 대화-끝!
아이들 말을 들을 때 꺽꺽 웃으며 반응했던 말들을 부지런히 주워 담지 못한 바람에 8,9월 아이말 정산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특별할 것도 없는 아이들의 말주머니는 엄마인 내 앞에서 만큼은 특별해진다. 덕분에 글도 쓰고 말이다.^^
매일같이 예쁜 말을 쏟아내 주는 아이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고마워 짹짹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