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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un 29. 2022

육아. 오늘 하루만큼은


잠든 두 아이를 내려다보는 마음이 짠하다.

지난밤의 피로와 기다리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 또 한 번 아이들을 할퀴고 닦달하며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몰려오는 아침이다. 육아를 하며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잠든 후 죄책감이 몰려올 때이다. 조금 더 이해해 줄걸, 조금 더 안아주고 다독여 줄걸, 조금 더 들어줄 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한데 모여 이른 새벽부터 마음이 괴롭다. 지난밤에 잠이 들 때도 그러더니, 아침에 일어나 봐도 마음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밤에는 뜻대로 빠릿빠릿하게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자리 잡아 다그치느라 용을 썼고, 아침에는 아이들에게 감정의 짐을 떠넘긴 어제의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마음을 다스리느라 애를 먹는다.   

자는 아이를 쓰다듬고 사랑한다 축복한다 말해 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깨어 있을 때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기에도 짧고 바쁜 인생인데.



남편이 거의 두 달째 야근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루도 빠짐없는 야근에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남편을 만난 이후로 이렇게까지 야근을 한 적은 없었다. 내가 풀타임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때에는 오히려 남편이 더 이른 퇴근을 해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아주 가끔 있는 야근 조차도 야근이라고 말하기 쑥스러울 정도로 그는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곤 했다. 우리 집에서 ‘아빠의 야근’이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동화책에 나오는 아빠들처럼 줄줄이 야근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자는 모습을 내맡기고, 아침에는 눈꼽을 떼며 아빠와 인사를 나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없는 저녁이 이어지고, 남편에게는 저녁이 없는 삶이 이어진다. 나에게는? 까마득한 저녁나절의 연속이다.



현재 맡은 프로젝트가 이달 말이면 마무리가 되는데, 대충 가볍게 진행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나 역시 알고 있다. 남편도 스트레스가 있고 되도록이면 조금 더 매끄럽게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이달 말까지 함께 잘 견디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기 힘든 것이었다. 오후 두 시 반에 퇴근을 하고 세시에 아이들을 만나 아이들이 잠드는 밤 10시 정도까지 쉼이라는 게 거의 없는 매일을 반복하다 보니 정상적인 패턴으로 감정 관리를 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남편이 자리에 없으면 없는 만큼은 포기하고 조금 더 가볍게 저녁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포기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의 저녁 스케줄을 빠짐없이 챙기느라 몸과 마음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축 늘어져 간다.



저녁나절 자기 할 일 앞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큰아이를 보면 화가 나고,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꺼내며 거실을 아수라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작은 아이를 보면 뒷골이 당긴다. 그것 말고도 너무 많지만 글로 옮기는 것조차도 피로감이 느껴져 나열하지 않기로 한다.



몸은 날로 무거워져 간다. 앉은뱅이로 앉아 빨랫감을 집어 들고 몸을 일으키는 일도 이제는 보통 일이 아니다. 한참을 서서 아이들 저녁밥을 준비하고 먹이고 씻기는 일도 더 이상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날은 더워지는데 몸은 무거워지고 거기에 남편은 야근을 하고, 괜찮지 않은 것들의 조합이 날로 더해져 간다. 얼마 전 통화에서 시아버님의 표현처럼 ‘매일 야근하는 애비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는 요즘 꼭꼭이 ‘에미가 더 안쓰럽고’ 못 봐주겠다.

이어지는 무겁고 혼자인 날들로 많이 지쳐 있었다. 지난밤도 딱 그런 날이었고.



그러다 보니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날이 참을성 없는 엄마가 되어가고 이해심이 바닥난 엄마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들면 깊은 후회와 아쉬움이 몰려와 마음이 뒤틀린다. 어젯밤도 그리고 오늘도.



아이들에 대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 아침만큼은 새롭게 시작할 힘을 더해준다. 어제, 그제, 그리고 지난날들에 부족하기만 했던 사랑을 오늘은 좀 채워주는 날로 보내보기로 한다.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조금 더 이해해주는 날을 보내보기로 한다. 늘 한결같다면 좋겠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 엄마는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고 또 한 번의 새 출발을 시도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가지며 아이들에게 고백하는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 엄마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가 너희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너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이들의 마음에 채워주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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