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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un 24. 2022

육아. 길가의 들꽃에게도 인사합니다.


작은 어린이의 등원 길.

아이와 늘 걷던 길을 오늘은 차로 움직였다.

이른 아침부터 숨도 차고 몸이 무거워 걷기를 포기하고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데, 장맛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니 아이도 나도 마음이 동동 뜬다.



오늘은 창문을 열고 달리자며 양쪽 창을 시원하게 열고 출발한다. 도착할 때쯤 되자 아이가 길가의 누군가에게 두 손을 흔든다.


“안녕! 안녕! 또 안녕!”

“요한이 누구한테 인사해요?”

“나무들한테 인사했어요.”

“와아! 나무들은 좋겠다!”


이 짧은 대화로 엄마는 오늘 하루 분량의 행복을 모두 채우고 만다.

길을 걸을 때도 아는 식물들은 이름을 불러가며 밟지 말아야지 하고 말하는 꼬마다.

"맥문동, 채송화, 초록색 도깨비 열매, 분홍색 진달래. 밟지 말아야지. 열매는 따야지!"

작은 입술에서 이렇게 예쁜 말들이 쏟아진다.



엄마라서 참 좋다.

아이의 순수함과 따스함에 쉽게 물들고, 덕분에 기대하지 못했던 행복까지 주워 담는다.

길가의 들꽃을 보며 감탄하는 것 그 이상으로, 늘 신선하고 귀여운 아이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물론 아이들과 지지고 볶느라 늘 행복한 건 아니라는 사실 쯤은 누구나 알 테고.)



여느 때보다 늘어지는 무거운 아침이었지만 아이 덕분에 가볍게 극복해내는 아침이다.

아이에게 행복 한송이를 선물 받고 온종일 마음이 동동 떠다닌다.

오늘도 어김없이 행복은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말의 정당성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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