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이말 정산) 오아시스 같은 어린이들의 말잔치

by 다니엘라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너무 길고 더운 여름이었어요. 그래도 8월을 잘 보내준 아이들에게 짝짝 박수를 보내봅니다. 아이들 덕에 또 이렇게 글을 한편 쓸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솟아납니다.


[8월 아이말 정산]

출연: 열 살 어린이, 여섯 살 어린이



#1꿈이야기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아빠는 야근을 하고 아이들과 저는 먼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누워서도 한참을 떠들다가 자려고 하는 아이들이니 적정 시점이 되면 저는 아이들의 대화를 강제로 멈추게 한답니다. “ 자 지금부터 말하는 사람은 거실에 나가서 혼자 자는 거야~ 알겠지? 시작!!”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네네 협박입니다..ㅋㅋ


그날 저녁은 꿈에 대해 이야길 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맛있는 걸 먹는 꿈을 꾸면 좋겠다. 하면서 아이들과 꿈 이야기를 하는데, 작은 아이가 갑자기 형에게 묻습니다.


동생: “형아, 꿈이 뭔지 알아?”

형: “알지. 당연히.”

동생: “형아. 꿈은 심장이 하는 거야.”

(어머나 심쿵!)

형: “요한아 심장이 맞긴한데, 솔직히 꿈은 대부분 잠잘려고 할 때 생각하는 것들과 연관이 있어. 내가 지금 많이 생각하는 게 꿈에서 나오게 되는 거야.”

동생: “아…. 그래. 그럼 우리 이제 자자 형아.”


꿈에 대한 어린이들의 심오한 대화를 들으며 잠자리 대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이 아이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많지만, 또래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은 주고받는 것 같아요. 이 날은 ‘잔 입 다물지 못할까!?’ 하는 협박을 하지 않았는데, 안 하길 잘했네요. 덕분에 보석 같은 대화를 들으며 잠이 들었답니다.




#2여름햇살과 자외선 이야기

어느 더운 날이었어요.

작은 아이를 하원 시키고 아파트 후문부터 집까지 걸어서 들어오는데 숨이 턱턱 막히고 뜨거운 햇살이 무섭게 느껴지던 날이었죠. 집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작은 아이에게 말했어요.


엄마: “요한아 오늘 햇살 진짜 뜨겁다. 그렇지?”

꼬마: “ 아~ 그거 자외선 때문에 그런 거예요!”

엄마: “요한이 자외선도 알아?”

꼬마: “자외선 있잖아요. 그거는 좋은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하거든요. 우리 피부에 세균을 잡아주는 일도 하고, 만약에 햇볕을 너무 많이 받으면 화산(화상)도 나잖아요. 화산 많이 나면 병원에 가야 해요.”

엄마: “ㅋㅋㅋㅋ 화산 나는구나! 요한이 엄청 똑똑해졌네. 요한아 근데 요한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거는 화상이라고 말하는 거야.”

꼬마: “아.. 화상. 나 그거 아는데.”


아이는 열심히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백지 같았던 아이의 머리와 마음이 온갖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고 또렷하게 기억됩니다. 불완전할 때가 많지만 부지런히 배우고 배운 것을 실제로 말로 표현하는 아이가 참 기특하고 귀엽게 느껴집니다. 좀 틀리면 어떤가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들인데요..^^




#3가을날씨

처서가 지나고 확연히 시원해진 공기에 아침저녁이 편안하고 참 좋아요. 아이들도 에어컨 없는 저녁시간을 잘 보내고 있답니다. 어느 시원한 날 저녁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날도 시원해진 날씨에 대해 아이들과 감탄을 하고 있었지요. 큰아이가 갑자기 똑똑한 형아의 얼굴을 하더니 말합니다.


형: “엄마, 이제 날씨가 안 덥고 쌀쌀맞아져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엄마: “응? 쌀쌀해져서?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 맞지? ㅎㅎㅎㅎㅎㅎㅎ맞아 더웠던 날들을 잘 견디니까 시원해져서 참 좋다!”

형: “아, 맞다 맞다. 쌀쌀해져서요. 흐흐흐.”’


쌀쌀맞은 것도, 쌀쌀해진 것도 다 좋아요. 아이와 함께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감사한 일이거든요. 특히 첫째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에게 처음 엄마라고 불러준 아기가 이렇게 커서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감동이거든요.




#탕수육 맛의 정석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바닷가 나들이를 갔다가 중국집에 외식을 하러 갔어요. 평소에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라 내비게이션으로 가까운 곳을 찾아가느라 짬뽕 전문점으로 가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짜장면, 엄마는 짬뽕밥, 그리고 아빠는 냉짬뽕을 시켰고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도 제일 작은 사이즈로 시켰지요. 탕수육 메뉴는 찹쌀 탕수육뿐이었지만 아이들도 잘 먹을 것을 기대하고 큰 고민 없이 시켰지요. 그런데 음식을 다 먹고 보니 탕수육이 거의 3분의 2 정도가 남은 거예요. 허겁지겁 먹을 만큼은 맛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포장을 해서 가져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오후 간식으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는데 큰아이가 품평을 합니다.


형: “엄마, ㅇㅇ짬뽕은 다른 건 다 맛있는데 탕수육은 좀 맛이 별로인 것 같아요.”

엄마: “맞아. 아까 엄마도 그 생각을 했어.”

형: “탕수육 튀기는 부분을 찰싹찰싹하게 만들면 안 되고, 겉은 아작아작하게 해야 맛있거든요.”

(겉바 속촉을 말하는 것이리라.ㅎㅎ)

엄마: “아하 하하하하. 맞다 맞아.”


네 그렇습니다. 우리 어린이가 겉바속촉을 알아버렸습니다. 아들 다 키웠어요 저~~.

아이들의 신선한 표현은 늘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한답니다.




올 한 달도 부지런히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며 잘 살아낸 것 같아요. 시원한 가을에는 우리가 또 어떤 대화를 나누며 지내게 될까요? 아이말 정산 9월 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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