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분주했던 9월과
몸이 분주했던 10월이 무사히 지나가고,
몸과 마음이 같이 바빠진 11월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어요. 그간 아이들의 말을 부지런히 주워 담지 못하기도 했었고, 아이들이 비교적 말실수나 엉뚱한 말들을 덜 하는 바람에(?) 아이 말 정산 기록을 한참 동안 쉬었어요.
이제는 좀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아이들의 작은 말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기록해 봅니다.
[9-11월 아이 말 정산]
출연: 열 살 어린이, 여섯 살 어린이, 생후 46일 차 아기
#예방접종과엄마손
9월의 어느 날이었어요.
여섯 살 난 둘째 어린이의 예방접종을 마치고 돌아와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주사를 맞은 아이의 팔이 조금씩 붓기 시작했고 미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지만 엄마의 관심은 받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주방 일을 마친 엄마에게 아이가 다가옵니다.
아이: 엄마아~ 엄마.
엄마: 응 왜 그래?
아이: 토닥토닥해 주세요. 그리고 이거 노래도 불러주세요.
엄마: 무슨 노래?
아이: 엄마 손은 약속~ 엄마 손은 약속~ 하는 노래요.
엄마: 아~ 그 노래? ㅎㅎ 엄마 손이 약속이야?ㅋㅋ
아이: 아빠 손은 약속~ 할머니 손도 약속~ 해주세요.
엄마: 약속이 아니라 약손이지~ 하하. 엄마가 토닥토닥하면서 노래 불러줄게.
엄마 손, 아빠 손, 할머니 손은 약손이 되기도 하고, 아이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는 손이지요. 제 손이 아이에게 오래오래 따뜻한 엄마 손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동생이귀여워요
여섯 살 난 둘째 어린이가 하원후 막냇동생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봅니다. 그때 첫째 어린이가 동생을 부릅니다.
형: 요한아 이리 와 봐~
동생: 형아 잠깐만
엄마: 요한아 형아가 많이 기다리네, 한 번 가봐.
동생: 엄마,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형아한테 안 가는 거예요.
엄마: 하하하. 그래 동생 좀 더 보다가 가.
위의 두 오빠는 막냇동생이 참 예쁘고 신비롭습니다. 셋째 아기도 참 예쁘지만, 가진 사랑을 듬뿍 나누어주는 두 오빠도 엄마 눈엔 한없이 사랑스럽답니다.
#형아따라가고싶다구
우리 어린이들은 종종 아파트 광장에 나가 오후 바깥놀이를 합니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엔 엄마가 동행을 했고 마지막 30분 정도는 둘만 놀다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막내가 태어난 뒤로는 바깥놀이는 엄마의 동행 없이 두 형제가 손을 꼭 붙잡고 나가서 놀다가 들어옵니다.
얼마 전 오후에 작은 아이가 아파트 광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형들을 보며 바깥놀이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형과 함께하는 바깥놀이를 허락했어요.
한 시간 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형은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투덜투덜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요.
형: 엄마 요한이 때문에 망신만 잔뜩 당하고 왔어요.
(망신당했다는 말은 또 언제 배웠어? ㅋㅋㅋ)
엄마: 왜, 왜? 무슨 일인데 그래?
형: 요한이가 우리 공놀이하는데 자꾸 공 빼앗아가고 가운데 드러누워있고 막 그랬어요. 하 진짜.
요한: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심심해서 그랬지.
엄마: 아이고 요한아 또 그랬어? 형아가 속상했겠다.
이삭아 다음번엔 요한이도 정식으로 같이 끼워주면 어때? 응?
형: 그건 안돼요. 그냥 다음부터는 요한이랑 같이 안 갈래요.
동생은 형아가 하는 거라면 뭐든 함께 하고 싶어요. 비록 형은 잔뜩 망신만 당하고 왔지만, 그날 있었던 동생의 귀여운 에피소드들도 들려주는 걸 보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투덕투덕하며 우리 어린이들은 또 한 뼘 자라납니다. :)
12월엔 또다시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 말 정산으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