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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삼둥이네

삼둥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by 다니엘라


아들 둘, 딸 하나.

드디어 온전한 삼둥이 엄마가 되었다.

내일모레면 셋째 아가가 태어난 지 50일이 되는 날이고, 누굴 닮았는지 도통 모르겠던 신생아의 얼굴에서도 점차 우리 식구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삶의 새로운 모양에 또 이렇게 적응해 가나 보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과 아내가 만나 두 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 절대적으로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었으니까.

1 + 1 = 2 가 되는 것은 산술적으로 너무나 당연하고 이것은 가족계획에서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빠가 아이 하나를 안아주고, 엄마가 나머지 아이 하나를 안아줄 수 있는 똑떨어지는 구조가 정답이라 생각했다. 애가 셋이 된다면? 나머지 한 명은 누가 안아줘? 하는 논리로 아이 셋은 가족의 균형을 깨는 조합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첫째는 불쑥 자라서 엄마도 아빠도 안아줄 수 없는 무게가 되어 버렸고, 아빠의 무쇠팔에는 둘째가 안기고 난니 엄마 팔이 비어버렸다.

곰돌이 같은 아들 둘을 키우며 살다 보니 한 명 더 낳아 키워도 되겠다 싶었다. 아니, 키워도 되겠다 정도가 아니라 한 명이 더 필요했다. 자녀의 완성은 3, 숫자의 완성도 3, 색깔도 삼원색. 완전함을 의미하는 숫자를 다시 찾았다. 숫자 삼이다.

남편과 가족계획을 수정했다.

아이가 생긴다는 가정하에 셋까지 낳기로 했다.


‘그냥 둘로 만족합시다.’

하려는 찰나에 셋째 아이가 기적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보송한 솜털과 고소한 젖내를 풍기며 우리 집을 환하게 밝히는 보물이 되었다.

막내의 탄생으로 삼둥이의 엄마가 되었고, 삼둥이 엄마가 된 삶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중이다.


세 아이 육아는 녹록지 않다.

풍문으로만 들었소만, 직접 겪어보니 장난이 아닌 게 세 아이 육아다.

아침 시간은 온갖 재촉의 말들이 난무하고 셋째 아이를 들쳐업고 둘째 아이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나와 등원 길에 오른다. 물론 첫째 아이는 알아서 총총총 등교!

(첫째야 네가 나를 살렸다)

오후가 되면,

동동 구르며 준비한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칭얼대는 셋째를 대롱대롱 안고서 첫째 아이 공부를 시킨다. 둘째 아이도 한글책을 펼쳐놓고 공부 흉내라도 내게 하려니 몸이 세 개쯤은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아니다 몸뚱이 하나는 좀 쉴 수 있게 몸이 네 개는 있어야겠다.


남편이 퇴근 후 막둥이를 안아주고 달래주고 육아에 동참하지만 아이 셋을 재우는 일 또한 채찍질 없이는 불가능하다. 첫째는 숙제를 마무리하느라 시간을 질질 끌고, 둘째는 엄마나 아빠가 곁에서 잠자리를 지켜 주어야 하고, 셋째는 수유와 둥개 둥개를 충분히 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꿈나라 입장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잠든 밤, 내 손을 좀 덜자고 아이들을 몰아세웠던 하루를 쭈욱 훑어내며 가슴 시리게 짠한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방울을 찍어낸다.

첫째는 이래서 미안하고, 둘째는 저래서 미안하고, 셋째는 그렇고 그래서 미안해지는 밤이다.

애 셋을 낳으니 늘어나는 건 미안함뿐이다.


다행인 것은 아침이 밝으면 지난밤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에 대한 찐한 숙취는 훌쩍 날아가고 없다.

귀여운 모닝 구취를 퐁퐁 풍기는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보송한 막내의 배냇짓에 하루를 살아갈 새로운 힘을 얻는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행복한 삼둥이 엄마 라이프에 솔솔 물들어 가는 중이다.



아이가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면서 [육아_둥둥 삼둥이네]이야기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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