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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_오빠가 있어서 좋겠다

by 다니엘라


어려서부터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무슨 일이 생기면 지구 반대편에서라도 달려와서 도와줄 것 같고, 무서운 밤길 귀가도 재깍재깍 챙겨줄 것 같으며, 오빠라면 무조건 내 편만 들어줄 것 같아서 막연히 오빠를 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오빠들이 젠틀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 나이가 들면서 의외로 남남처럼 지내는 남매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이 되고 나서야 오빠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일을 멈추었다. (쬠 살아보니 오빠보다는 남편이다! ^^)



내가 가져보지 못한 오빠를 우리 막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둘씩이나 갖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오빠를 가진 자들이 부럽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 막둥이와 오빠 둘을 보고 있으면 남녀 골고루인 이 조합이 참 좋아 보인다.


막둥이는 아직까지 먹고, 자고, 싸고, 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오빠들은 그런 막둥이가 너무 귀엽다. 두 오빠는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존재감이 있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을 한다.

“아기 수건 좀 가져다줄래?”

하고 묻는 순간 두 아이는 달리기 시합이라도 나가듯 재빠르게 달려가 수건을 가져온다.

“제가 가져올래요. 제가요!”

서로 돕겠다며 아웅다웅 다투는 일도 다반사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는 그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일어나면 방긋방긋 미소를 날리며 오빠들의 마음을 녹여낸다. 오빠들은 또 그 미소에 의미를 부여해 “내가 좋아서 웃는 거야.” “아니야 나를 좋아해서 웃는 거야.” 하며 괜한 시빗거리를 만들어 내곤 한다.



작은 동생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아들이 엄마 눈엔 못마땅하지만, 동생을 향한 아이들의 마음만큼은 진심인 것을 안다.



아기가 처음 집으로 온 날.

두 아이는 서로 아기를 안아보겠다며 사랑 가득한 다툼을 시작했다. 차례차례 아기를 안아보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으로 갈등을 해결했고 그 후로도 같은 일은 여러 번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아기를 안는 게 서툴러 아기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울음을 터트렸지만, 지금은 두 오빠 모두 나름의 요령을 터득해 동생을 제법 잘 안아준다.



새 식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아이들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는, 아기가 태어난 지 50여 일이 된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엄마가 다른 일을 돌보고 있을 때면 칭얼거리는 동생을 안아주고 얼러주는 일도 거뜬히 해내는 큰 오빠.

누워있던 동생이 젖 먹은 것을 토해내면 재빨리 달려가 수건을 가져와서 닦아주는 작은 오빠.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로 막내 육아를 돕는 아이들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동생에 대한 애정으로 하는 그 행동들이 참 예쁘게 느껴진다.



초저녁 무렵부터 막내의 잠투정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저녁밥도 챙겨야 하고 잘 먹지 않는 둘째의 식사에 응원도 좀 넣어줘야 하고, 그러고 나면 두 아이의 공부도 챙겨야 하는 엄마는 그 시간이 가장 분주하다. 그런데 하필 그 시간에 막내는 투정을 시작한다.

그 시간에 엄마가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막내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뿌아앙 울음을 터뜨린다.

이럴 때 특효약은 큰 오빠다.

큰 오빠를 보면 막내는 울음을 멈추기도 하고 때론 웃기까지 한다. (오빠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며…. ㅎㅎ)



어제저녁이었다.

아기는 가장 바쁜 저녁시간에 잠투정을 시작했고,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엄마는 오빠에게 아기를 던지듯 맡겨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1-2분 만에 돌아왔지만 아기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꺽꺽 넘어가며 울고 있었다.

아기를 얼른 받아 토닥였지만 울음이 쉽게 달래지지 않아 한참을 안고 이방 저 방을 오가고 있었다.

첫째 아이가 잠시 작은방에 다녀오더니 제법 비장한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엄마 이든이한테 이걸 한번 틀어줘 보세요.”

“응? 이게 뭐야?”

아이가 건넨 전화기를 받아 드니 첫째 아이의 음성 녹음 파일이 담겨있다.

타이틀은 [이든이 조용히 시키는 음]



아이의 귀여움에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온갖 슬픈 생각을 다 했다. 이든이 조용히 시키는 음이라니…. 하하.

녹음 파일에는 첫째 아이가 “쉬~~ 쉬~~~ 쉬~~~”소리를 내는 육성 백색소음이 저장되어 있었다.

어쩜 이렇게 스윗하고 따스한지.



귀여운 동생 앞에선 최고로 사려 깊은 큰 오빠가 되는 큰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귀여운 동생 앞에선 최고로 다정한 작은 오빠가 되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빠가 둘이나 되는 우리 막내는 참 좋겠다.



아이 셋 육아는 매일매일 나의 밑바닥을 싹싹 긁어내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들딸 골고루 셋을 낳은 건 큰 축복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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