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나는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마음속엔 온갖 결심이 난무하고 알록달록한 꿈들은 마음을 뚫고 나올 기세인데 반해 실행력은 미미하다.
실행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지고 있어서 그렇다. 거기에다 겁도 많고 이것저것 따지는 것도 많은 편. 그리고 부릉부릉 시동을 거는 데까지 한참이 걸리기 때문에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무언가가 이루어진다.
실행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브런치 앱을 통해 두근거리는 제안이 들어왔다.
동화 오디오북 출간 제안이다.
메일을 받고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깜짝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머리를 흔들었다. 허벅지도 꼬집어 보았다. 꿈이 아닌 것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꿈이 아니었다. 정말로 브런치를 통해 오디오북 출간 제안을 받은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지만 간절히 믿고 싶은 기분으로 메일을 정독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아니 열 번을 읽고도 또 읽고 싶은 내용이었다.
너무 좋아서, 그 순간 누가 나를 툭 쳤다면 그대로 하늘로 부웅 하고 솟아올라버렸을지도 모른다.
제안을 해 온 출판사는(조금 더 정확히는 엔터테인먼트) 오디오북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였다. 보통은 종이 책을 내고 오디오북이나 e-북까지 제작되는 것이 순서지만 나에게 제안을 해온 곳은 그 순서가 반대였다. 오디오북을 주로 제작하고 혹여나 반응이 폭발적(?)이라면 종이책까지 연결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다시 말해 오디오북 전문 출판 회사였다.
해당 출판사에서 작가 서치를 하던 중 내가 브런치에 2년 전쯤 써 두었던 창작 동화를 보고 연락을 주었다고 한다. 내가 브런치 제안을 수락할 경우 오디오북 관련 제안서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든 마음은 기쁨과 환희 그리고 터질 것 같은 성취감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교적 꾸준히 글을 써 온 끝에 작가다운 출간 제안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으니 터질 것 같은 성취감이 빠질 수 없었다.
그다음으로 든 마음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도 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정말로 제대로 된 제안이 맞는 건지(이런 일은 처음이라….)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알렸고 기똥찬 칭찬과 감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믿으며 좋아하는 작가님의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제안을 수락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일이다.
브런치 제안을 받고 나에게도 나만의 ‘구원의 천사(편집자)’가 생겼다. 관계자분과 줌 미팅을 하고(대면 미팅이 가능하면 하자고 하셨지만, 그리고 맘 같아선 서울까지 뛰어 올라가고 싶었지만 폭풍우 치는 육아 현실을 고려하여 참았습니다. 네네 ㅎㅎ) 온라인 및 유선으로 소통을 했다.
그리고 11월,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원고 최종 편집본을 출판사에 전달했으며 오디오북 BGM 최종 파일까지 작업이 되었다.
이제 오디오북이 세상에 나오게 될 일만 남아있다.
브런치 제안을 받은 그날부터 이 소식을 글로 전하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자랑 잔치를 하고 싶었지만 꾸욱꾹 눌러 참아왔다.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늘 조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나의 소중한 꿈길로 들어서는 오디오북 제작 이야기를 이곳에 나누게 되었다.
지난 8월 브런치 제안을 받고부터 오랫동안 듣고 싶었던 ‘작가님’ 소리를 배부르게 들어왔다. 그리고 종이 책은 아니지만 나에게 큰 경험을 안겨줄 첫 오디오북이 나올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꾸준히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기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날을 기다리며 꾸준히 준비하고 다듬고 있다면 당신에게도 분명 가슴 벅찬 기회가 다가올 거라 믿는다.
“그러니 우리 꾸준히 씁시다.”
언젠가는 종이 책도 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