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니 무슨 작가가 글 쓸 시간이 없대?

by 다니엘라


아이들 케어를 한창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무슨 작가라는 사람이 글 쓸 시간이 없어?’

이건 분명 업무 태만이다.

매일 쓰는 사람이라면 응당 작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책을 쓴 사람이라면 더더욱 작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실제로 글은 쓰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쏟아내고, 오래간만에 오신 시아버님의 염려 가득한 조언을 부지런히 주워 담고, 삼시 세끼 가족들을 위한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그리고 막둥이 수유를 하며 기능성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래, 그러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지.

작가의 본업에는 조금 덜 충실했지만 엄마의 본업에 충실하느라 그랬다.



그래도 그렇지!!!

작가가 무슨 글 쓸 시간이 없고 난리야?

하고 다시 또다시 생각해 보니 밤이면 밤마다 삼총사를 재우다가 같이 잠이 들고, 새벽 수유를 끝낸 후에도 곧바로 이불속으로 직행을 하던 수많은 밤들이 떠오른다.

그래, 그러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잠을 충분히 자서 그랬다.

미련 없이 잠을 자다 보니 그랬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시간을 나노초 단위로 쪼개야 한다. 없는 시간도 박박 긁어내서 만들어야 한다. 분명 시간이 남아 돌아서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을 것이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유튜브를 찍고 편집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요리사들은 어떻고, 또 살림의 여왕들은 어떻고….



시간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애써 내 것으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 시간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시간을 먼저 내 것으로 만들어내자.

그 야무지고 뻔뻔한 입에서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썼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나에겐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악착같이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디오북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