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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마감과 릴레이 육아 사이의 그 어딘가

by 다니엘라


며칠 전 약속한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감’ 일이었다.

기획 단계에 있는 글이라 아주 많이도 말고 조금만 준비해서 보내면 되는 것이었지만 분주한 마음과는 달리 몸이 잘 움직여주질 않았다. 시간은 늘 빠듯했고 체력도 늘 부족한 것만 같았다. 원고 마감을 위해 내게 허락된 시간과 체력은 아주 적은 양뿐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글을 보내지 못할까 봐 마음은 늘 바빴고, 아기를 재우다 잠든 새우잠에서는 원고 마감일을 어기는 악몽을 꿨다.

마음 전쟁의 산맥을 넘어 결국 마감일 하루 전에 글을 다듬고 마감일에 ‘세이프!’를 외치며 원고를 제출했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이번에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육아 기간을 보냈다. (육아는 어쩜 날이 갈수록 더 바빠만 지고 육아의 레벨은 높아만 지는 걸까?)

아이 셋을 낳은 이래로 남편은 가장 바쁜 직장 생활을 했고, 남편의 바쁨은 고스란히 나에게 육아의 무게로 토스되었다. 터울이 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텐데, 아이가 많을수록 육아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막내 때문이 결코 아니다. 자유의지를 갖고 말도 하고 보행도 할 줄 아는 윗자리를 차지한 첫째와 둘째의 케어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막내와 있는 시간이 오히려 힐링의 시간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걸 보면 터울 있는 다둥이 부모들은 모두 공감할 만한 육아 고민인 것이다. 큰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거기에 모든 걸 도와줘야 하는 막내까지 있으니 육아의 레벨이수직 상승을 할 수밖에….



연년생 다둥이 엄마들과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 그리고 외동을 키우는 엄마들을 비롯한 모든 엄마들은 나름의 사정과 육아 난이도를 견디며 살아가지만 언제나 내 앞의 장애물이 가장 커 보이는 법이다. 내 앞의 장애물이 세상 그 어떤 장애물보다도 더 커 보이는 착시 현상 때문에 결국 나의 육아 라이프는 고단하고 쓰라렸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바쁜 육아를 하며, 속으로는 틈틈이 남편 원망도 해가며 원고 마감일을 지켜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내며 성취감을 느꼈고, 거기에 더불어 ‘하면 되는데 왜 하지 못했을까?’의 마음이 들었다. 좋아하는 책 읽기도 좋아하는 글쓰기도 피로감을 앞세우며 다음을 기약하는 날이 많았다. 30분만 일찍 일어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당연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것, 어찌 보면 그것이 현실이다.



원고 마감일을 지켜낸 기쁨과 육아의 고단함을 덤덤히 기술하기 위해 시작된 글이 결국은 하소연으로 마무리되어 간다. 이쯤에서 하소연은 접어두고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하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가뭄에 콩 나듯이 원고 마감일이라는 게 생겨나는 나 같은 사람 말고, 언제나 마감일을 붙들고 사는 작가들의 삶은 어떨까? 그들이라고 육아를 하지 않고 삼시 세끼 식사를 차려내지 않을 리가 없는데, 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살아가는 걸까?

그들의 마음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일단 내 쪽에서는 글을 쓸수록 직업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그리고 내 삶에도 반복될 원고 마감의 날들이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일상처럼 잘 스며들어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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