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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Nov 20. 2023

매일 밤 열한시에 만나요


밤이 즐거운 요즘이다.

매일 밤 11시, 나에겐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밤 11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둥이를 재우다 말고 잠들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밤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 내가 혹시 잠들 것을 대비해 남편에게 알람 부탁도 미리 해 두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매일 밤 11시 새로운 동화 속 친구들을 만난다.

세 아이를 키우며 어설픈 살림을 해내고, 막내와는 24시간 함께 하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글 쓸 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야간 글방 출근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급하다고 여겨지는 집안일에 살짝 손을 대고 곧바로 아이의 방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펼치고 쓰다 만 동화를 펼친다. 이전부터 써 보고 싶었던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떤 날은 손가락이 한껏 흥이 올라 말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고  또 다른 날은 스토리가 조금 아쉬워 손가락이 주춤하는 날도 있다. 그리고 어떤 날은 글을 조금 쓰다 말고 한참을 웹서핑에 시간을 쏟다가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매일 만난다는 사실이 긍정적이다.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자유 시간에 등장인물들과 매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하며 글쓰기를 이어간다. 늘 잘 써지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를 앞두고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삶에 즐거움을 더한다. 등장인물들과 만나서 우리들만이 아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이렇게 비밀스럽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이전에는 잘 몰랐던 기분이다.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한다. 엄마는 열한시에 글방에 출근을 해야 하니 얼른 자자고.

동화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는 것들이 더 많지만 나는 매일 밤 11시 글방으로의 출근과 등장인물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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