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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Aug 19. 2020

육아. 감사한 마음은 주저 없이 전하기.

어제 오전의 일이다.
일을 하다 말고 잠시 짬을 내어 전화를 걸었다.


휴일이 아닌 날이되,
이른 아침도 아니고
식사 때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받지 마세요.’ 하는 마음 절반,
‘받으세요.’ 하는 마음 절반으로
통화 대기 신호를 기다렸다.


잠시 후,
“네 여보세요.”
하는 수화기 건너의
여리고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첫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 이시다.


아이 학교생활의 첫 학기가 끝나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다.


방학이 시작되고
곧바로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겨우겨우 전화를 드렸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너무너무 잘 지내주는 아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
참 감사했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이다 뭐다 해서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는 일에
큰 부담이 느껴졌다.


전화 한 통의 감사인사도
김영란법과 비슷한 법에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범죄가 아니고서야
처음 마음먹은 방향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목소리로 들이닥쳤다.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도
처음에는 당황하신 듯했지만,
(혹시 코로나 확진 소식인가 싶어 놀라신 것 같기도 하고..)
차근차근 감사 인사를 전했더니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잘 흘러갔다.
아무래도 시어머님과 매일 통화하며 내공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마음을 쓸어내렸다.


어려운 때에,
꼬마들을 잘 케어해 주신 것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를 즐거워하도록  
애써 주셔서 참 감사하다.


학교 텃밭에 강낭콩심기활동. 아, 이런 세심함!


아이가 첫 담임 선생님으로 어떤 분을 만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아이는 큰 축복을 받은 게 틀림없다.


마음에 담긴 감사인사와 함께,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해왔는지도 여쭤보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역시, 아이는 부모가 가장 모른다.
부모 빼고 다 아는 게 자식의 진짜 모습이라고 하지 않았나..


선생님은 처음에
우리 아이가 정말로 내성적인 아이인 줄 아셨다고 한다.
아이가 집에서는 난리 법석을 쳐도
나가서는 얌전한가 보다. ㅎㅎ
아이는 학교에서
약간은 소심한 쪽이고,
까불고 나서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이가 점차 적응을 해 나가고
두루두루 밝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셨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할 때 분위기를 잘 탄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어쨌거나 아이는
큰 말썽 없이, 착하게 잘 지낸다고 하셨다.
그거면 된 거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얼마간 흘러 있었다.


선생님께 전화를 걸기까지의
두근거림은 잦아들었고,
무사히 전화 통화를 마쳤다.


물론 전화기를 내려놓고,
‘내가 너무 별난 엄마로 보였으려나?
아니야.. 선생님도 통화 지분의 절반 정도는 차지하셨으니 별난 엄마로 인식되지는 않았을 거야.
목소리만 전달했으니 김영란법은 괜찮겠지?’
하는 등의 뒷 고민은 좀 했지만...
그래도 잘했다며 나에게 작은 박수를 보냈다.


또 하나의 언덕을 넘어서는 경험을 했다.
망설여지고 어려웠지만,
감사하는 그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으니 잘한 거다.

 
아이가 자라 주는 덕분에
엄마인 나도
하나씩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며
함께 자라 감을 느낀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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