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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Aug 24. 2020

육아. 기분 좋은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


이삭:  “엄마, 엄마! 나 이 수박 절반은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거 하게 해 주세요.”

나:  “응? 그렇게 하면, 다 흘릴 텐데............”

이삭:  “엄마, 나 이번에는 수박 수영장 꼭 만들고 싶은데...”

나: “오케이, 내일 오후에 요한이랑 같이 퍼먹자!”


아이가 수박을 먹다 말고 동그란 얼굴을 들이민다.
그것도 활짝 웃는 표정으로.
수박을 먹다 보니, 아파트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수박 수영장’ 책이 생각난 게 틀림없다.

수박수영장(안녕달) 책의 한 장면.

수박을 숟가락으로 (질질 흘리며) 퍼먹고,
장난감을 동원하고,
수박 껍질은 머리에 뒤집어쓰며,
아이들이 집안을 초토화시킬 모습이 눈에 선했지만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오후,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
아이들은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뛰어들어오며
“수박 수영장!”을 외친다.


잔뜩 기대에 찬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커다란 수박 반통을 내려놓는다.


“와아!!!!
이 친구들, 리액션 하나는 끝내준다.
이러니 엄마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


각자 단단한 숟가락을 하나씩 쥐어주고
마음껏 퍼먹어보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한다.
옆구리를 간질여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시원한 웃음이다.


주거니 받거니 수박을 나눠 먹으며
손가락으로 찔러보기도 하고,
수박 과즙도 후루룩 마셔가며 수박을 온전히 즐긴다.


남은 수박을 밀폐용기에 고이 담아두는 사이
아이들은 다음 놀이 단계로 넘어가서
둘이서 깔깔거리고 난리가 났다.

첫째 아이 말로는,
이게 진짜로 수박 수영장이란다.

나도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얘들아 이건 수영장에 비가 오는 거야. 조심해!”
하며 아이들 놀이에 한 숟갈을 얹어본다.


“와아악!!”
또 한 번 폭발적인 반응!
(하- 진짜 쉬운 남자들 ㅋㅋㅋ)

충분히 흥이 오른 아이들을 뒤로하고
주방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양파 좀 썰어볼까 했더니
“엄마 엄마!”


브로콜리 좀 데쳐볼까 했더니
“엄마, 엄마”


아이들이 수시로 엄마를 호출한다.
아마도 자꾸만 엄마를 놀이의 일원으로 끼워주고 싶은 모양이다.(난 괜찮은데 말이야....)

수박수영장에 독수리가 올라 탔다며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 ”오! 그래 신기하구나!”


앞치마를 휙 벗어던졌다.
저녁밥은 그때 가서 걱정하겠다며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도 나도,
신나게 떠들었다.
그리고 신나게 웃었다.


그날 오후
우리의 시간은 완벽했다.
집이 엉망인 것을 잊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저녁밥도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으로 뒤로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며 동글동글한 얼굴로 웃어주니
참 고맙고 행복했다.


요즘 우리 두 아들은
수시로 투덕투덕 다툰다.
그리고,
수시로 깔깔거린다.

열정적으로 피카부 놀이하는 두꼬마.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축복이다.
매 순간이 글감이 되고,
매 순간이 인생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기분 좋은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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