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이 내게 알려준 것들

by 바다의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시차도 없고 직업도 없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경기를 보고, 기사를 읽고, 힘차게 응원했다. 약속이 없으면 한없이 자는 잠꾸러기가 컬링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축제의 끝은 언제나 아쉬움이지만, 지난 17일 간 받았던 감동과 즐거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려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땄다. 중간에 넘어져서 혹여 실격 처리가 되지는 않을까, 최종 판정이 나기까지 가슴을 졸였다. 결국 중국과 캐나다가 실격 처리가 되고 우리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우리만큼이나, 아니 우리보다 더 뛸 듯이 기뻐했던 나라가 있었다. 바로 동메달의 주인공이 된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이미 준결승에서 탈락해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5~8위 순위결정전을 치렀고, 세계 기록을 경신하며 5위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상위 4팀이 치른 결승전에서 두 팀이 실격되면서 자연스레 3위로 들어온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5위인 네덜란드가 동메달을 따게 된 것이다. 메달과는 상관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5위의 네덜란드가 동메달을 따내는 반전이라니. 만약 그들이 이미 메달과 상관없다 생각하고 순위결정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반전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누군가는 열심히 하고 있다


여태껏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만 메달을 획득해왔고, '연느님' 김연아의 활약으로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몇 번 딴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취약하다고 생각해온 썰매 종목의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스노보드, 그리고 컬링에서까지 메달을 따냈고 그 외 종목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분야는 무리야', '동양인한테는 쉽지 않을 걸' 등의 선입견에 물러서지 않고, 누군가는 무관심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해온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위 환경이 그렇지 못하면 끊임없이 흔들렸을 텐데, 나는 그런 내적 갈등과 고민, 열악한 환경을 딛고 혹독한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경쟁자가 가장 좋은 친구일 수도 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는 역시 여자 컬링 대표팀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보여준 광경을 꼽겠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을 통해 충분히 많은 메달을 안겨준 그녀가 더 이상 부담을 가지지 않고 편하게 경기를 하기를 바라면서도, 사실은 그녀가 일본 선수만큼은 이겨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금메달은 올림픽 기록을 경신한 고다이라 선수에게 돌아갔고, 이상화 선수는 결국 은메달을 따게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긴장감이 풀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고다이라 선수에게 안긴 순간은 이번 올림픽 기간 중 가장 따뜻했던 순간이었다. 올림픽은 국가 대항전이고 그중에서도 한일관계는 늘 불편하지만 결국 모든 건 사람 대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다독여주는 모습을 통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경쟁자가 될 수도 있지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이자 스승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개막식의 드론, 넘어졌음에도 신기록을 세웠던 쇼트트랙 여자 계주 예선, 시작 전부터(그리고 도중에도) 있던 여러 논란들, 여러 선수들의 다양한 사연들, 그 모든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적어보았다. 이제는 6월의 또 다른 축제를 기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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