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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시드니

Day 233~237 - 호주 시드니(Sydney)

by 바다의별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저녁엔, 퇴사하고 시드니에서 공부 중이신 전 회사 대리님의 가족과 함께 했다. 엄청 오랜만에 만나 푸짐하게 한식을 얻어먹었고, 나중에는 집으로도 초대받아 정말 감사하게도 와이프 분이 호스텔에서 챙겨 먹으라며 두 끼 식사까지 싸주셨다. 호주에서는 좋은 사람들의 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기에 좋은 기억이 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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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감탄하기 전 무얼 할까 고민하며 친구 아만다가 보내준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볼거리와 먹을거리(특히 아이스크림 가게들)들을 굉장히 많이 적어주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글리브 마켓(Glebe Marke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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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열리는 빈티지 마켓인데 요일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살 목적이 아니라도 벼룩시장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대부분 일주일에 한두 번 열리다 보니 여행 기간 동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운 좋을 때 한 번씩 가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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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구경하며 조각 파이를 몇 개 사 먹은 뒤, 아만다가 추천해준 디저트 카페에 갔다. 완벽한 배 모양 디저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껍질(?)은 초콜릿이고 속은 아몬드 크림과 절인 배로 채워져 있었다. 이 달달한 디저트는 한 끼 식사에 가까운 가격으로 당시 내가 저지른 최고의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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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숙소 근처를 계속 걸어 다녔다. 전날은 오후 늦게 도착해 둘째 날이 본격적인 관광 시작이어서 시드니 시내를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 최고의 계획이었다. 물론 저녁에는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환상적인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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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맨리 비치(Manly Beach)에 향했다. 전날 만난 대리님 와이프 분이 일요일에 다녀와야 한다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었다. 일요일은 2.5달러만 지불하면 모든 대중교통을 마음껏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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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는 교통비가 충격적이었다. 첫날 시드니 공항에서 시내까지 고작 10분 탄 공항철도가 17달러였다. 퀸즐랜드 주에서는 브리즈번에서 골드 코스트, 선샤인 코스트까지 2시간씩 타도 고작 7달러였다. 맨리 비치 역시 평소에는 페리 왕복이 16달러이기 때문에 일요일에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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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리 비치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 여름 바다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한동안 사람 없는 해변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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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바닷가를 걷는 일은 여전히 즐거웠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파도가 몰아쳐서 조금 위협적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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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맨리에서는 경비행기가 'Vote Yes'라는 메시지를 매달고 날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시 호주에서는 동성 결혼 법적 허용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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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 많은 캠페인을 보지 못했는데, 유독 시드니는 거리 곳곳에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실제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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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셋째 날. 쿠지 비치(Coogee Beach)에서 본다이 비치(Bondi Beach)까지 해안선을 걸었다. 아만다가 자신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길이라며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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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은 대체로 완만해서 편안하게 걸었는데, 그럼에도 오랜만에 운동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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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만다가 이 길을 좋아하는지, 계속해서 추천해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다의 색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을 계속 사진을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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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꽂고 바라보는 맑은 바닷물과 그에 적셔지는 돌들이, 주변에 낮게 지어진 집들이, 전부 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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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걷다 보니 2시간 뒤에 본다이 비치에 도착했다. 본다이 비치는 굉장히 컸지만, 작은 쿠지 비치가 나는 더 예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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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드니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달링 하버(Darling Harbour)였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아기자기한 항구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꽤 화려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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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불빛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그동안 여행한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날은 나 혼자만의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오클랜드에서는 친구와 함께 지낼 것이고, 그 이후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마무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편했고 때로는 외로웠고 때로는 때로는 행복했던 시간들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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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최고로 멋진 곳에서, 최종장을 펼치며.
* ♬ New Radicals - Someday we'll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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