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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Ora, 로토루아

Day 246~247 - 뉴질랜드 로토루아(Rotorua)

by 바다의별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마오리 빌리지(마오리 민속촌)에서 픽업이 왔다. 로토루아에는 관광객들을 받는 마오리 빌리지가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는데, 우리는 그중 미타이 마오리 빌리지(Mitai Maori Village)에 갔다.

도착하니 우리를 지정된 좌석으로 안내해주었다. 저녁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있다 해서 와인을 주문해 마셨다. 우리 테이블에는 독일인 부부와 한국인 가족이 함께 앉았다. 저녁을 먼저 먹는 줄 알았는데, 저녁은 마지막 순서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간식을 좀 먹고 올걸.

우선은 밖으로 나가 주변을 구경하고 설명을 들었다.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 동부 지역에서 출발해 카누를 타고 뉴질랜드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폴리네시아는 중앙 및 남태평양의 섬들이 이루는 지역으로 하와이, 뉴질랜드, 사모아, 이스터 섬 등을 포함한다. 뉴욕에서 보았던 디즈니 영화 모아나(Moana)가 떠올랐다.

마오리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이날 저녁식사가 될 항이(Hangi) 디너가 뭔지 보러 갔다. 항이는 마오리족의 전통식으로 땅속의 열기로 고기와 채소를 약 4시간 동안 익혀서 먹는 요리다. 특히 로토루아에는 온천이 많이 있어 이런 식이 발달했다고 한다.

숲길을 따라 아래로 걸어내려가니 시냇가가 나왔다. 물이 신기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잠시 후 이 시냇물을 타고 마오리 전사들이 전투 카누를 타고 내려왔다. 와카(waka)라고 불리는 전투 카누에는 전통 의상을 입은 마오리족들이 여럿 타고 있었다.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서막이었다.

본격적인 공연은 전통적인 마오리 빌리지가 꾸며진 무대에서 이루어졌다. 낮에 테푸이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훌륭했다. 스토리가 있는 공연이었는데 노래도 춤도 흥겨웠고, 마오리 문화를 잘 소개해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이들은 신기하게도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노래로 역사와 이야기들을 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노래도 잘하고 노래들도 다 신나고 좋았다.

마오리족은 다른 부족 사람을 처음 만나면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민다.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친한 사이에서는 인사할 때 서로 코를 맞댄다. 숨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다. 그게 왠지 다정하게 느껴져서 나는 한동안 엄마와 장난스럽게 따라 해보았다.

늘 그렇듯, 마오리족과 뉴질랜드 백인들 사이에는 늘 갈등이 존재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마오리족과 백인들은 교육이나 취업, 생활수준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아픔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모두들 그들의 노랫가락만큼이나 흥이 넘쳤다.

저녁 식사는 닭고기, 양고기, 감자 등으로 이루어진 마오리 전통식 항이 디너였다.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수프, 고기, 채소 모두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어두워진 시냇가로 다시 한번 산책을 나갔는데 낮에 와이토모 동굴에서 실컷 봤던 글로우웜들이 나뭇잎들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신비로운 하루였다.


로토루아에 왔으니 온천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폴리네시안 스파에 가서 온천을 했다. 여러 옵션 중 락커와 수건을 쓸 수 있는 옵션을 선택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흡사 프라이빗 스파 같았다.

외국 온천은 충분히 뜨겁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온천도 뜨끈하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멀리 건너편에는 자연온천이 있는지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도 보였다.

로토루아 온천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일랜드 목사라고 한다. 그는 심각한 관절염을 앓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온천을 하고 난 뒤 관절이 좋아져서 65km를 걸었다고 한다. 믿기지는 않지만 안내판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날이 흐리더니, 빗방울도 조금씩 내렸다. 그럼 그렇지. 아이슬란드, 헝가리, 뉴질랜드까지, 나는 야외 온천을 할 때마다 비가 내렸다. 수증기와 흐린 구름들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것은 좋지만 언젠가는 맑은 날씨 속에서도 해보고 싶다.

온천을 하고 난 뒤에는 근처 온천 공원인 쿠이라우 공원(Kuirau Park)을 찾았다. 곳곳에 굉장히 뜨거운 온천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마을 시내에 이런 곳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수증기는 물론이고, 거품까지 부글부글 올라오는 곳들도 있었다.

굉장히 넓었는데 오후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호비튼에 가야 했기에 모든 곳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개운한 마음으로 로토루아의 온천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오전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Kia Ora(키아 오라)! 마오리족의 인사이지만 전반적으로 참 많이 쓴다. 문자는 없었다지만 말과 노래는 참 아름다웠다.
* ♬ 모아나(Moana) OST - How far I'll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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