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들을 회상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여행들을 버킷리스트 형식으로 적어 내려갔다.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추억에 잠긴 시간이 더 길었다. 대학생 때의 여행들, 직장인으로서의 여행들, 퇴사 후 했던 세계일주 등 때로는 벅차고 때로는 지쳤던 기억들을 떠올릴수록 버킷리스트는 더욱 늘어만 갔다.
가고 싶은 장소, 해보고 싶은 여행의 스타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리스트는 끝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주제들을 우선적으로 모아보니 14편의 글이 나왔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일지도 모르나, 마무리를 지었다는 것만으로 뜻깊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지만 제대로 끝내본 적은 거의 없다. 여러 이야기들의 앞부분만 몇 편을 썼는지 모른다. 이야기가 안 풀려서, 때로는 바쁜 일상 속에 잊혀서, 또는 쓰다 보니 별로 재미가 없어서, 이야기들은 늘 마무리되지 못했다.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그때의 이야기들을 담은 두 편의 매거진을 완성하기는 했지만, 내 마음에 들 정도의 완성도는 이루지 못했다. 어쩌면 그만큼의 퇴고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글은 맨 처음 쓰는 것도 어렵지만 예쁘게 다듬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양의 글을 쓰는 것보다는 적더라도 완성도를 조금이나마 높여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퇴근 후 피곤할 때도, 주말에 누워 자고 싶을 때도, 꾹 참고 각각의 글들을 몇 번씩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볼 때마다 부족함이 느껴져서 대체 마음에 쏙 드는 글은 언제쯤 써볼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더 그럴듯해 보인다.
몇 달간 씨름한 글들을 드디어한 편의 책 아닌 책으로 엮어놓고 나니 뿌듯하고 홀가분하다. 기회가 된다면 아직 글로 옮기지 못한 나머지 버킷리스트도 소개해보고 싶고, 언젠가는 버킷리스트 속 여행들을 실행에 옮긴 뒤 그 감상을 적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