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매거진과 하나의 브런치북을 삭제했다.
당초 계획은, 여행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해당 원고의 초고였던 글들을 비공개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14편의 글들이 수록되어있던 '다음엔 이렇게 여행해야지' 브런치북을 삭제하기로 했는데, 다시 보니 31편의 글이 수록된 '여행이 내게 물었다' 매거진은 바로 그 브런치북의 초고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매거진까지 삭제되었다.
초고를, 그리고 그 초고의 초고를 다시 보는 건 나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지만, 곧 하나의 책으로 출간될 완성된 원고의 습작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구입해서 읽을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물론 온라인상의 초고와 최종 원고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주제도, 내용도, 때로는 문체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글들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그 글들을 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인데도, 그 글들이 마치 현재 진행형처럼 지금의 내가 쓴 것처럼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2006년부터 운영해온 블로그도 같은 이유로 정기적으로 삭제와 비공개 처리를 이어왔다. 2천 개가 넘었던 글들은 이제 8백여 개로 줄어들었고, 아마 앞으로도 늘어나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혹시 지워진 글들을 재미있게 보시던 분이 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부탁드린다. 조만간, 저자가 선택한 최종본으로 다시 읽어봐 줄 것을.
P.S. 모든 글이 사라진 건 아니다. 책에 들어가지 않은 몇 개의 꼭지들은 살아남았다. 이 글들은 그동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던 최근의 여행 관련 사담들과 함께 엮어서, 새로운 매거진을 생성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