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여행 에세이를 쓴 이유
고요함에도 소리가 있었다. 아주 사소한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고요함을 인지한다. 종이책을 쓸어 넘기는 소리 덕분에 방이 조용하다는 걸 느끼고, 호수에 첨벙 내려앉는 오리 덕분에 공원이 조용하다는 걸 느끼듯이.
모든 사람도 모든 장소도 매일이 초연이다. 같은 계절에 같은 장소를 같은 사람과 여행한다 해도, 아주 사소한 차이가 수없이 많은 변주를 만들어낸다. 그 어떤 여행도 반복 재생되는 일은 없다.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순간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작점일 뿐인지도 모른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고, 내일의 나로 갈라져 나오면서, 모든 건 뿌리에서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이어오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