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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by 바다의별

아빠의 엄마를 보내드린지 2년, 엄마의 엄마도 보내드렸다. 하필 두 분 다 코로나 시대의 장례였다. 가족들을 거의 보지도 못하고 가셔서 마음이 더 아프다.


외할머니를 언제 마지막으로 뵀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오랫동안 못 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주 찾아뵈었다고 해도 슬픔이 덜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만남도, 마지막일 거라고 예상하고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구에게나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 요시모토 바나나, '막다른 골목의 추억' 중


지나고 보면 그때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전날 수업을 함께 들었던 친구도 하룻밤 사이에 세상을 떠났고, 다음에 보자며 몇 차례 약속을 미뤘던 직장 기 역시 예상치 못한 어느 날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었다.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지, 음식이 마지막 식사가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세상에 미리 알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다. 남은 점점 기약이 없고 헤어짐만 갑작스럽게 찾아올 뿐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눈길이, 차갑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고를 수 없는 그 순간, 상대방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이 뜻하고 다정하기를 바라는 마음.


끝이 있기에 이 순간이 소중하다지만, 이 순간이 소중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뿐이다.


할머니의 모든 기억들이 부디 따뜻하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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