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아이슬란드에 다시 가기로 했다

프롤로그

by 바다의별

나에게 가족이란, 내가 좋았던 걸 기어코 경험시켜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맛있었던 식당도, 재밌었던 공연도, 기분 좋았던 산책길도, 기꺼이 두 번 이상 다시 방문하고 다시 보고 다시 걸을 수 있다. 비행으로 20시간 넘게 걸리는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에 다녀온 아이슬란드 여행은 사실 내가 몇 년 전부터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린 일이었다. 수없이 많은 곳들을 여행했고 많은 곳들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슬란드는 언제나 특별한 여행지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딱 10년 전 그때도 추석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아이슬란드에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게 어디냐고 되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익숙한 여행지가 아니었기에 아일랜드나 그린란드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한 달 뒤, <꽃보다 청춘> 팀이 촬영을 위해 아이슬란드로 출국했다는 기사들이 나오면서, 그제야 "네가 다녀온 곳이 여기였구나"라며 알아봐 주었다. 이번에는 항공권 구입을 앞두고 아이슬란드 배경의 <서진이네>가 방영되어, 나에겐 묘한 평행이론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때의 여행은 엄청난 피로와 함께 시작되었다. 레이캬비크에 도착하기도 전에 장시간 비행에 지쳐, 헬싱키 공항에서 둘 다 두통에 정신을 못 차렸다. 결국 여행 중 한식이 그리워지면 먹자며 비장의 카드로 챙겨 왔던 김치찌개를 도착 첫날부터 끓여 먹었다.


2015년 10월 6일


하지만 다음 날에는 비바람 속에서 탈의실도 없는 자연 온천에 자신 있게 뛰어들었고, 그다음 날에는 비처럼 쏟아지는 폭포 뒤편으로 가 온몸을 적시기도 했다. 신비롭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될 만큼 충격적으로 놀라운 매력 앞에서, 우리는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곳이었으니 언젠가 꼭 다시 가야 했다. 그리고 그때는 반드시 부모님께도 이 감동을 느끼게 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다 보니 꼬박 10년이 걸렸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마음으로 준비해 온 여행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벅참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어떤 새로운 여행지에 갈 계획을 세울 때보다 더 설렜다. 아무래도 어떤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 여행지든, '다시 방문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음을 안다. 다른 계절, 다른 시간, 다른 일행, 그리고 그곳을 여행하는 내가 달라지면, 장소가 같다고 해도 그곳에서의 경험은 전혀 달라진다.


익숙한 풍경 속 낯선 감동을 기대하며, 우리는 그렇게 우리만의 '첫 번째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2025년 10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