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하기

by 바다의별

첫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한참 뒤에야 우연히 발견한 것이 있다. 6살 때의 내가 만든 종이책 속 '가고 싶은 나라'란에, 아이슬란드를 적어 넣었다는 사실. 어릴 때 아이슬란드의 존재를 정말 알고 적은 건지, 그저 겨울을 사랑해서 이름만 보고 적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 꿈의 나라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가게 되다니, 6살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주지 않을까. 그런 운명 같은 설렘으로, 두 번째 방문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갔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차를 렌트하거나, 투어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아이슬란드 링로드(순환도로)를 타고 섬을 한 바퀴를 자유롭게 돌면서 곳곳을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슬란드의 날씨라는 거대한 변수가 있다.


worldatlas.com


나는 결국 두 번의 여행 모두, 렌터카 대신 투어버스를 이용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나는 운전을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환갑 넘으신 아빠가 운전을 다 도맡아 하실 수도 없는 노릇.


운전대 방향은 우리와 같고 도로에 대체로 차가 많지는 않으니 운전하기 아주 어려운 환경은 아니겠으나, 아이슬란드의 비바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고, 거기다 혹시 이른 눈이라도 내리면 고립될 수도 있다. 10년 전에 10월의 눈보라를 호되게 맞아본 입장에서는 강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곳곳으로 일일투어 또는 1박 2일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링로드를 함께 도는 패키지 투어도 있었지만, 입맛에 맞는 걸 찾기 어려워 예전과 동일한 방식을 택했다.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으니 체력 안배에도 좋았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일일 투어가 매우 잘 되어있다. 시내에는 1번부터 15번까지 픽업용 버스정류장들이 있을 정도이니, 숙소가 어디든 쉽게 투어버스에 오르고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일주일 내내 이용했던 6번 정류장


물론 아쉬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사실은 북부의 도시 아퀴레이리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환승 포함 왕복 14시간의 버스를 타면 너무 지칠 것 같았고, 프로펠러 비행기는 겁이 났다. (멋모를 때 네팔 히말라야를 다녀오길 천만다행이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무리한 탐험보다는 부모님께 내가 느낀 감동을 온전히 공유하는 것이었으니, 과감히 빼기로 했다.

대신 레이캬비크에 내내 머무는 동안 숙소라도 한 번 옮겨보기로 했다. 10년 전에는 무조건 경비를 아끼고자 조리가 가능한 숙소에 내내 머물렀다. 물론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그 편이 좋지만, 어차피 현실적으로 전 일정 내내 식사를 차려먹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며칠은 호텔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호텔은 엘리베이터도 있고 수화물 보관도 용이하니, 중간에 1박 2일 투어를 다녀오기도 편할 것이었다. 마침 조식 포함된 호텔 특가를 발견해 곧장 예약했다.

그렇다고 현지 가정집의 분위기를 포기하기도 아쉬워, 여행 후반부에는 아파트형 숙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예약한 두 숙소 모두 위치가 서로 가까웠는데, 창밖 뷰는 달라진 동시에 짐을 옮길 때 힘들지 않아서 좋았다. 한 곳에 머무르는 것도 편하겠지만 긴 일정이니만큼 중간에 장소를 옮기는 것도 여행의 일부가 될 것 같았다.

여행 방식과 숙소를 결정하고 나니, 구체적으로 어디에 가고 뭘 볼지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10년 전의 나와 거의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아니, 목적지는 정확히 같았다.


블루라군, 란드만날라우가, 남부해안&빙하, 골든서클, 그리고 스네펠스네스 반도.



한 두 군데 정도는 내가 안 가본 다른 곳들로 교체할까도 싶었지만, 결국 '아는 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압도적이었던 그 풍경들 앞에 다시 서고 싶기도 했고, 부모님과 함께 서는 느낌이 알고 싶어, 한 곳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무언가 더 비집고 추가하자니, 체력이 걱정되었다. 부모님 체력은 평소 내 체력보다 좋으시지만, 아이슬란드의 강풍을 맞으면 누구든 순식간에 체력이 고갈될 것이다.


그래도 투어들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이슬란드도 여러 관광 스팟을 개발해서인지, 같은 지역 투어여도 들르는 장소가 조금 바뀌거나 새로운 장소들이 추가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스코가포스 (위) 2015년 (아래) 2025년


게다가 같은 장소라고 해도, 보름달이 찬란한 추석에 방문했다는 것 외에는 신기할 정도로 반복된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 10년 전에 비가 오거나 흐렸던 곳은 이번에 갈 때 맑았고, 그 당시 맑았던 곳은 이번에 흐리거나 비가 내렸다.


물론 그건 여행 출발 이후에야 알게 될 일이었다. 아이슬란드로 향하는 길 헬싱키 공항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우왕좌왕할 일도, 출발 당일에서야 알게 될 일이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