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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pr 17. 2017

비싸고 험난한 갈라파고스 입도 방법

Day 28 -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즈 섬(Galapagos)

아주 오래전, 우연히 보게 된 사진이 한 장 있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출렁이는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옆에 바다사자가 누워 있는 사진. 어디인가 봤더니 갈라파고스라고 했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곳. 맑고 투명한 바다와 온갖 바다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에콰도르를 일정에 반드시 넣으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갈라파고스에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천혜의 자연 속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갈라파고스의 깨끗한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함이리라.

1. 반드시 키토 또는 과야킬 공항을 거쳐가야 한다.

대개 갈라파고스행 비행 편은 오전 중에 있다.

2. 공항에는 갈라파고스 입도 카운터가 따로 있다. 여기서 20달러(에콰도르는 미국 화폐를 사용한다)를 내고 종이 한 장을 산다.

저 종이는 갈라파고스를 떠날 때까지 잘 보관해야 한다. 들어갈 때에도 검사하지만 나올 때에도 검사하기 때문이다. 나올 때 없으면 20달러를 내고 다시 사야 한다. 애초에 저 종이가 있었으니 들어간 것일 텐데 나올 때 굳이 또 검사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3. 수하물 검사를 사전에 따로 받는다.

카운터 바로 옆에 수하물 검사하는 곳이 따로 있다. 검사 후 보통은 캐리어에 노란색 택을 걸어주는데, 우리는 배낭이라 그런지 테이프로 칭칭 감쌌다. 검사 후에 짐 속에 다른 물건을 추가로 넣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는데, 이 역시 이해는 안 갔다. 만약 누군가 추가로 무언가를 넣어가려고 한다면 부치는 수하물이 아닌 기내 수하물에 넣지 않을까?


4. 드디어 보딩패스를 받으러 간다.

갈라파고스 전용 카운터에서의 일을 끝내면, 받은 20달러짜리 종이를 들고 일반 체크인 카운터로 간다. 거기서 종이를 보여주고 짐을 부치고 보딩패스를 받는다. 그리고 비행기를 탄다.

5. 비행기에 타면 입도 심사서를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참 많을 텐데, 전부 다 스페인어이다. 번역도 없다. 앞면은 일반적인 입국 심사서와 비슷해 작성이 어렵지 않았지만 뒷면은 이해가 안 가서 옆에 앉은 현지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작성을 마쳤다.

6. 비행기 안에서 풍경 감상을 한다.

같은 바다인데 창밖을 볼 때마다 색이 달라진다. 이과수 이후로 창가 자리가 또 한 번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7. 워낙 작은 공항이므로 비행기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야 한다.

8. 입도 심사를 받고, 입도비 100달러를 지불한다.

아까 이미 20달러를 지불했지만, 여기서 또 1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비행기표에 추가로 120달러까지 준비가 되어야 갈라파고스에 들어갈 수 있다.


9. 기내에 들고 간 짐을 다 열어서 검사받는다. 아까 부치는 수하물만 검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내 수하물을 꼼꼼하게 보는 것 같다.

10. 부친 수하물은 개한테 검사를 받은 뒤에 찾을 수 있다.

노란 선 밖에 서서 기다리다 개가 검사를 마치면 찾으러 갈 수 있다. 우리 비행기의 짐들 중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는 통과하지 못했다.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자, 이제 드디어 갈라파고스에 입도하였다.

갈라파고스에는 두 개의 공항이 있다. 하나는 산타 크루즈(Santa Cruz) 섬, 다른 하나는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 섬. 우리는 산타 크루즈 섬으로 들어갔다. 갈라파고스의 섬들 중 사람이 사는 섬은 산타 크루즈, 산 크리스토발, 이사벨라(Isabela) 세 곳뿐이다. 이 중 이사벨라가 가장 크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은 산타 크루즈이다. 우리는 산타 크루즈 섬을 베이스로 잡았다.

엄밀히 말하면 산타 크루즈 섬에 공항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발트라(Baltra) 섬에 공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항에 내리면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타고 산타 크루즈 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는 항공사에서 무료로 운행하고, 배는 1달러(에콰도르는 공식적으로 미국 달러를 쓴다)였던 것 같다. 그리고 산타 크루즈 섬 선착장에서 시내까지 가는 버스는 2달러. 택시들이 많이 서 있는데 버스가 있다면 굳이 택시를 탈 필요는 없다. 물론 택시비도 저렴하긴 하지만.(마지막 날 타보니 45분에 25달러였다)

짐을 잊고 사진 찍던 나 대신 양손에 배낭 들고 내리는 우리 엄마

바다 색이 비현실적으로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쩜 이렇게 보석 같은 색을 하고 있을까? 배를 타고서도 두근두근, 내려서도 두근두근. 쉬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짐을 깜빡하고 있었다. 짐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보트 천장에 대충 올려놓고 간다. 그래서 굉장히 불안했는데, 막상 환상적인 바다를 보니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짐도 저렇게 직접 보트 위에 올라가 들고 내린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모든 섬 투어들이 출발하는 곳, 푸에르토 아요라(Puerto Ayora) 선착장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찾느라 꽤 애를 먹었다.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었는데 유명하지 않아서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저장해놓은 약도는 너무 간략해서 소용이 없었다. 한참을 뙤약볕에서 헤맨 뒤에야 택시를 타고 찾아갈 수 있었다. 그래도 숙소가 좋아서 가자마자 기분이 풀렸다. 중심지인 푸에르토 아요라(Puerto Ayora) 선착장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져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방 두 개에 화장실, 부엌, 거실까지 있어 공간이 굉장히 넓었다. 

무서울 정도로 큰 펠리칸
갈라파고스에 엄청 많은 빨간 게들. 먹을 수 있긴 하지만 현재는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첫날이니 선착장 근처 구경을 간단히 하고 며칠간 이곳에서 먹을 식료품들을 구입해왔다. 갈라파고스는 물가가 비싸서 대부분 조리할 수 있는 숙소를 잡고 식사를 직접 해 먹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드디어 한국에서 가져온 조미료들을 써먹을 기회가 왔다. 참치 통조림과 양파, 당근, 쌀, 야채 등을 사 와서 참치 야채 볶음밥을 해 먹고, 상추는 간장에 무쳐 샐러드처럼 먹었다. 그리고 라면수프로 국물만을 내어 함께 먹었는데 3가지 음식의 조화가 꿀맛이었다.

자기 전에 숙소에 돌아다니는 이구아나를 보니 정말 더운 지역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예전에 그리스 산토리니 숙소에서도 새끼 이구아나들이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또 보니 귀엽고 반가웠다. 하지만 이런 걸 처음 보는 엄마는 전혀 귀엽지 않으셨나 보다. 보자마자 기겁을 하시더니 방 안으로 도망가버리셨다. 저 이구아나는 문틈 사이로도 충분히 쫓아 들어갈 수 있어 소용없을 텐데.



# 사소한 메모 #

* 비싼 입도비든 뭐든, 주목적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 같은 바다여도 색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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