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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동네' 둘러보기

Day 30-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산타크루즈 섬(Santa Cruz)

by 바다의별

전날 핀존 섬에서 정말 불타는(말 그대로 온몸이 불타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날은 느긋하게 산타크루즈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전에 가잔 먼저 향한 곳은 어시장이었다.

어시장에 가면 생선 조각들을 받아먹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펠리컨들과 바다사자들을 볼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크게 한 조각 받아먹는 바다사자의 모습을 보았다.

펠리컨들과 바다사자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어시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즉석에서 손질해주는 신선한 참치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치는 1파운드에 3달러라기에 2파운드를 구입하려고 하였으나 우리도 판매하는 사람도 잔돈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3.5파운드를 10달러에 구매하고 제대로 참치 파티를 해보기로 했다. 상술일지도 모르지만, 둘이서 참치로 한 끼를 해결하는데 10불이면 여전히 저렴하니까.

사 온 참치를 냉동실에 얼려놓고, 라스 그리에따스(Las Grietas)로 향했다. 산타크루즈 섬에는 주요 볼거리가 3가지 정도 있는데, 라스 그리에따스와 찰스 다윈 연구센터, 토르투가 해변이다. 이중 찰스 다윈 센터는 볼 게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위치상 가깝기 때문에 우리는 라스 그리에따스와 찰스 다윈 센터에 가고, 토르투가 해변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토르투가 해변이 멋지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약 40분을 그늘도 없는 뙤약볕을 걸어 들어가야지만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라스 그리에따스에 가기 위해서는 푸에르토 아요라 항구에서 수상택시를 타고 독일 해변(Playa de las Alemanes)에 내려야 한다. 여기서 1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 해변은 물이 따뜻해서 신기했다.

가는 길에 독특하게 생긴 선인장 나무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선인장이 크다고 감탄했지만, 우리는 이미 우유니 사막에서 훨씬 큰 선인장들을 보았기 때문에 크기면에서는 시큰둥했다.

물이 없을 것만 같은 뜨거운 풍경들을 지나니 라스 그리에따스에 도착했다. 수심이 너무 깊어서 잠수를 할 목적이거나 구명조끼를 들고 간 것이 아니면 수영하기 어렵다는데, 막상 가보니 물도 맑고 너무나 예뻐서 꼭 수영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후에 수영복을 입고 다시 와서 수영을 했다. 애초에 왜 수영복을 챙겨가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심이 8m가 넘는다는데, 잠수해서 바닥을 짚고 올라오는 사람의 모습이 다 보일 정도로 물이 투명했다. 물이 깊고 차가웠지만, 양 옆의 돌들을 잡으면서 왔다 갔다 즐겁게 오후의 뜨거운 더위를 녹여냈다.

다음에는 찰스 다윈 센터로 향했는데, 볼 게 없다고는 해도 꾸준히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갈라파고스와 다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검색어 같은 사이니까.

사육하고 있는 거북이들이 많았는데, 사람 아기가 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거북이들도 있었다. 전날 물속을 휘젓고 다니던 거북이는 굉장히 빨라서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뭍 위의 거북이는 여전히 느렸다.


나는 어렸을 때 거북이 두 마리를 키운 적이 있어 거북이를 볼 때마다 애착이 간다. 한 마리가 죽고 난 뒤 며칠 뒤에 다른 거북이도 뒤따라 죽었을 때 어찌나 울었던지. 한동안 일기장에 거북이 얘기만 잔뜩 썼던 것이 생각난다.

점심식사로는 갈라파고스 맛집으로 자주 등장하는 갈라파고스 델리에서 샌드위치와 피자를 먹고 콜라를 함께 주문했는데, 약 20달러가 나왔다. 갈라파고스 물가 치고 비싼 편은 아니지만 오전에 참치 3.5파운드를 10달러에 구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깝게 느껴졌다.

오후에는 항구 근처에서 장을 보았다. 저녁 식사를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참치 요리들을 모두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날 저녁 1차는 참치회부터 시작했다. 참치는 정말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한국에서 들고 온 소포장 간장이 유용했다. 고추냉이까지 있었다면 완벽했을 테지만, 간장만으로도 훌륭했다.

2차는 참치회덮밥. 한국에서 사 온 고추장과 이곳에서 산 식초, 숙소에서 얻은 설탕을 섞어 초장을 만들었다. 마트에서 사 온 신선한 채소와 참치를 넣고 비벼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다시 보아도 군침이 돈다.

3차는 참치 스테이크. 삼치구이 같기도 했다. 구우니 비교적 담백해졌으나 이미 1, 2차에 많이 먹은 참치회로 인해 속이 느끼해서 다 먹지는 못 했다. 4차로는 라면을 끓여 속을 풀어주었다. 한국에서 1만 2천 원이면 참치 회덮밥 정도 겨우 사 먹었을 텐데, 갈라파고스여서 가능한 푸짐한 참치 파티였다.


# 사소한 메모 #

* 언젠가 꼭 거북이를 다시 키워보고 싶다.
* 참치의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 Maroon 5 - 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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