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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ker Apr 09. 2016

재미있는 퍼머데스

퍼머데스란 Permanent Death의 약자인데요, 캐릭터가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 부활이니 뭐니 그런 구차한게 없는걸 의미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퍼머데스 시스템으로는 디아블로의 하드코어 모드가 있습니다. 


저는 퍼머데스를 좋아합니다살아있는걸 느끼려면 죽음을 목격해야 하죠. 낮은 데가 보여야 높은곳이 높게 느껴지는 거고요. 퍼머데스는 아주 강력하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에게 스트레스 주는걸 (어쩌면 과도하게) 꺼리는 요새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장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퍼머데스가 꼭 그렇게 강력하고 위협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한 수준으로 적재적소에 잘만 쓴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아닌,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수준의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아주 좋은 장치이죠. 최근 플레이했던 몇몇 게임에서 ‘일종의’ 퍼머데스가 꽤 잘 쓰였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1.  XCOM2: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 


엑스컴은 흔히 어려운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십수년전의 엑스-컴은 실로 매우 어려웠던 게임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엑스컴은 현대 유저들에 맞게 적당한 난이도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쉬움 난이도를 택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약간의 고민을 요구하는 수준입니다. 플레이어가 지금 한 선택이 일단은 잘못되었더라도 그 결정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할 기회가 넉넉하게 제공되는 편이죠.


한편 엑스컴2에는 철인 모드라는게 있습니다. 철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한 번 내린 결정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흔히 이런 류의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세이브&로드 신공이 통하지 않아요. 쏜 총알은 쏜거고, 맞은 총알은 맞은거고, 죽은 대원은 죽어버립니다. 그렇습니다. 정말로 죽습니다. 철인 모드에서는 죽은 대원을 살릴 수가 없어요. 이게 바로 퍼머데스죠.


쉬움 난이도는, 말 그대로 쉽기 때문에, 긴장감이 풀어지기 쉽습니다. 안그래도 쉬운데 이걸 더 쉽게 만드는건, 위에서도 말한 세이브&로드입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 이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는 요소죠. 정찰하지않은 방에 대원을 잘못 들여보냈는데, 그 방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이었습니다. 방에 들어간 대원은 결국 죽어버리죠. 철인 모드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세이브했던 파일을 다시 불러오면 되니까요. 하지만 철인 모드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 대원은 그냥 죽은걸로 처리됩니다. 물론 쉬움 난이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전사한 대원의 빈 자리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대원이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게 ‘실수를 돌이키기’와 ‘실수를 만회하기’인데요, 대원이 한 번 죽었는데 그 대원을 죽지 않은 것으로 처리하는게 ‘실수를 돌이키는’ 겁니다. 대원이 죽지 않았을 때 세이브했던 파일을 불러오는거죠. 실수를 만회하는건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대원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단지, 그 대원을 대신할 새로운 대원을 그만큼 키워내는게 실수를 만회하는거죠. 

 

엑스컴의 쉬움 난이도는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실수를 만회하는건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쉬움 정도라면, 일반적인 플레이어에게도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어지간히 주어지는 편이죠. 한편 철인 모드는 실수를 돌이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따라서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실수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만회할 수는 있습니다. 퍼머데스의 핵심인 ‘한 번 내려진 결정은 퍼머넌트하다. (영구적이다.)’라는 점이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에 가혹한 패널티와는 다소 차이가 생기는거죠. 


‘실수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로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하드코어 모드가 있습니다. 수십에서 수백시간을 쏟아부어 키워낸 내 캐릭터와 장비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허무함은 확실히 지나치게 가혹해요. 그래서 어지간히 퍼머데스를 좋아하는 저도 잘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엑스컴2의 쉬움 난이도 + 철인 모드 조합은, 죽음이 게임에 흥미를 더해줄지언정 지나치게 가혹하지는 않은, 꽤 괜찮은 조합이 아닌가 싶더군요.

 

2. 더 디비전의 다크존

 

먼저 다크존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다크존은 무법지대입니다. 디비전이라는 게임은 MMO와 비슷하게 꾸며진 멀티플레이어 게임인데, 다크존에서는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공격해서 죽여버리는게 가능해요. 일반 필드에서는 안되지만 다크존에 입장하면서부터 상호 공격이 가능해지는거죠. 대신 누군가를 먼저 공격한 사람은 일정 시간동안 ‘로그(Rogue) 상태’가 됩니다. 단순히 공격을 했을 뿐 상대가 죽지 않았다면 로그 상태는 불과 십수초간 지속될 뿐입니다. 그러나 상대를 죽여버렸다면 분단위를 넘어가는 시간동안 로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더 긴 시간동안 로그 상태로 버텨야합니다. 몇 분 정도가 얼마나 대단하냐고 생각한다면, 로그가 되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주변의 모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진다는 점을 고려해보셔야 할 겁니다.

 

누군가가 로그가 되면, 그 사람을 공격하는건 죄가 되지 않습니다. 공격을 받은 로그가 죽으면 경험치가 깍이고 돈을 바닥에 떨굽니다. 반대로 로그를 죽인 사람은 몹을 죽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죠. 무엇보다도 흥미로운건, 로그의 가방에 든 아이템들이 바닥에 드랍된다는 점입니다. (모두는 아니고 일부만 드랍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할게요.) 지나가다가 로그가 보이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면 죽이는게 이익입니다. 경험치도, 돈도, 무엇보다 저 로그가 지금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좋은 아이템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로그를 공격하는건 나에겐 어떠한 시스템적인 패널티도 없으니 이건 꽤 해볼만한 일입니다. 

 

대신 로그를 공격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을지를 말이죠. 왜냐면, 로그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즉 상대가 로그이고 나는 로그가 아니라하더라도, 죽으면 경험치와 돈,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템을 떨구는건 같기 때문입니다. 경험치와 돈의 감소폭은 로그일 때보다는 적긴 하지만, 아이템을 드랍한다는건 굉장히 충격적이죠. 

 

왠지 비슷한 뭔가가 떠오르나요? 리니지의 카오 시스템과 굉장히 비슷하죠. 심지어 리니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제조’가 디비전의 다크존에도 존재합니다. 누군가 몹을 잡느라 열심히 총을 쏘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그 사이에 끼어들어 상대의 총알을 맞는 겁니다. 상대는 그 즉시 로그가 됩니다. 제가 로그를 제조한거죠!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 팀원들이 빠르게 로그를 죽여버리고 아이템을 약탈합니다. 우리는 로그를 죽였을 뿐이니 아무런 부작용도 없습니다. 오히려 정의를 구현한 것으로 간주되죠. 다크존의 PvP 룰은, 리니지의 그것과 놀라울정도로 유사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리니지의 이런 시스템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었죠. 이 시스템이 야기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낳았던 바 있고, 결국 최신 MMORPG들은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근데 디비전은 왜 굳이 이런, 너무 험악해서 지금은 쓰이지 않는 시스템을 들고 나온걸까요? 그 가혹함이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디비전은 부작용을 적절히 완화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이걸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다크존 인벤토리와 이송’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설정상 바이러스에 오염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데요, 첫번째로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일단 다크존 전용 인벤에만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인벤의 용량은 디폴트 상태로 8칸. 더 늘릴 수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두어칸 정도입니다. 다크존에서 아이템을 8개 먹으면 인벤토리가 가득차고, 더 이상 아이템을 담을 수 없게 됩니다. 두번째로,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반드시 세척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세척을하기 위해서는 다크존에 드나드는 헬기를 통해 바깥으로 이송을 보내야하죠. 헬기를 부를 수 있는 장소들은 정해져있습니다. 이송장에 가서 헬기를 부르면 1분 30초간 헬기가 도착하길 기다려야하고, 그 이후 헬기에서 늘어뜨린 줄에 다크존 인벤의 아이템들을 실어보냅니다. 이송까지 해두면 일단 안심이에요. 이송 이후에 내가 죽더라도 이미 보낸 아이템들은 그대로 내 아이템으로 남아있을테니까요.

 

따라서 대략적인 플레이 패턴은 이렇습니다. 다크존을 배회하며 몬스터를 – 또는 다른 사람들을 – 사냥하고 아이템을 노립니다. 괜찮은 아이템만 골라담아 8개가 가득 차면 헬기장으로 향합니다. 헬기를 불러놓고 1분 30초를 대기하다가, 헬기가 도착하면 거기에 8개의 아이템을 실어보냅니다. 내 다크존 인벤은 텅 비게되고, 플레이 세션은 리셋됩니다. 여기부터 다시 아이템 사냥을 반복합니다.

 

단순하고 지루해보이죠. 여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게 ‘아이템의 드랍 가능성’ 입니다. 다크존에서는 죽으면, 내가 로그였든 아니든 상대가 몹이든 사람이든, 다크존 인벤의 모든 아이템을 그 자리에 떨구게 됩니다. 이렇게 떨어진 아이템은 ‘누구든’ 가져갈 수가 있구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장싸움이 많이 벌어지는 곳’을 예측할 수 있게 되죠. 헬기장입니다. 헬기장에서 헬기를 기다리는 이들은 뭐가 됐든 ‘실어보낼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그를 공격해서 죽일 수 있다면,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몬스터 찾고 사냥할 필요없이 손쉽게 아이템을 가질 수 있겠죠. 로그가 되긴 하겠지만, 로그가 되더라도 내게 주어진 로그 타이머를 모두 클리어할만큼 오래 버틸 자신감이 있다면? 근처에 있는 틀어박혀서 방어하기 쉬운 지형을 알고 있다거나, 주변의 동료들이 든든하다거나. 한 번 걸어볼만한 도박이 됩니다. 

 

다크존의 활동으로 얻은 아이템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송’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겪어야만 합니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 죽는다면 – 다크존을 플레이하며 쌓은 가치 – 그간 모은 아이템 – 를 모두 잃게 될겁니다. 하지만 한 번 걸어볼만 할 수도 있는거죠. 어떤 결정을 하든 일단 ‘이송에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그건 무조건 내겁니다. 특별히 게임에 이상이 없다면 그 아이템들은 확정적으로 내 것이되고, 누구도 빼앗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는 리니지의 카오 시스템과 다크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퍼머데스 플레이의 세션의 길이 입니다. 리니지에서 자기가 가진 아이템을 떨구는 등의 일은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완전히 접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아주 잠깐 안전지대에서 쉴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다시 위험한 곳으로 나서야만해요. 그러나 다크존은 반대입니다. 안전한 플레이가 디폴트이며, 다크존이라는 위험 지역에서 하나의 플레이세션을 진행하여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건 완전히 안전한 아이템이 되는거죠. 그리고 다크존에서의 플레이의 세션 (아이템 8개를 수집하고, 이송하기까지) 은 일반적으로 길어봐야 보통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글의 첫 머리에서 저는 ‘일종의’ 퍼머데스라고 썼습니다. 다크존 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퍼머데스와는 거리가 꽤 있습니다. 캐릭터가 죽는게 아니죠. 하지만 다크존에서 얻은 아이템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그간 모든 것들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잘만 한다면 그 모든걸 안전한 곳에서 완전히 안전하게 내 것으로 가질 수 있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한 번 내린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고정되어버린다는 점에서 퍼머데스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경험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사실 다크존의 로그 시스템은 지금 썩 잘 돌아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로그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보상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된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디비전의 다크존이 근래에 보기드문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제공한다는점, 그리고 여기에 ‘일종의’ 퍼머데스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3.  다키스트 던전

 

다키스트 던전에는 칼 같은 퍼머데스가 적용됩니다. 플레이어는 4명의 영웅들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던전을 탐험하게되는데, 이 과정에서 죽은 영웅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심지어 이 게임은 세이브&로드조차 불가능한, 디폴트로 퍼머데스가 적용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엑스컴2에서 저는 ‘실수를 돌이키는 것’과 ‘실수를 만회하는 것’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퍼머데스에서 실수를 만회할 수 있게 해주는건 좋은 일이지만, 실수를 돌이킬 수 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죠. 다키스트 던전은 바로 이 ‘실수를 만회’하는 부분에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던전은 크게 3가지 난이도로 나뉩니다. 어프렌티스, 베테랑, 챔피언입니다. 레벨 1, 2에서어프렌티스 던전을 돌고, 3, 4레벨에서 베테랑 던전을, 5, 6레벨에서 챔피언 던전을 다니게 됩니다. 저렙 영웅이 난이도 높은 던전에 가는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고렙 영웅이 낮은 난이도의 던전에 갈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게임에서는 4명의 영웅을 하나의 팀으로 운용하게 됩니다. 보유 가능한 전체 영웅들의 숫자는 더 많지만 한 번에 출동 가능한건 무조건 4명이에요. 예를들어 제게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10명의 레벨 6 (최고레벨) 영웅이있다고 해보죠. 어느날 던전에 갔다가 제가 무심코 내린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현상금 사냥꾼 클래스의 영웅이 죽어버립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남은 영웅들에게 즉각 후퇴 명령을 내린 덕에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전 이제 고렙 현상금 사냥꾼이 없어졌어요. 새로운 현상금 사냥꾼을 키워야합니다. 

 

인력 시장(…)에 가서 새현상금 사냥꾼을 고용합니다. 그러나 이 사냥꾼은 레벨 1입니다. 레벨 6까지 키워야겠죠. 여기까진 괜찮아요. 문제는, 이 현상금 사냥꾼 혼자만을 레벨 6까지 키울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다른 모든 영웅들은 이미 6레벨이에요. 어프렌티스 등급의 던전에 갈 수가 없습니다. 현상금 사냥꾼을 키우기 위해서는, 함께 저렙 던전을 돌 3명의 다른 저렙 영웅들을 추가로 고용해야 합니다. 이미 6레벨짜리가 있는데 추가로 그래야 한다는거죠. 

 

엑스컴2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저는 그냥 고렙들 사이에 끼워서 저렙 캐릭터 하나를 임무에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잘 보호하면 죽지 않고 레벨업시키는게 가능해요. 다키스트 던전에는 이게 어렵습니다. 레벨1 짜리가 챔피언 던전에 들어가면, 아차하는 것만으로도 일격사 당할 수 있어요. ‘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거의 확실히 그렇게 죽어나갈거라고 봐야합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그닥 내키지 않은 다른 1레벨 영웅 3명을 함께 키워야한다는거죠. ‘결정을 만회’하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큰 겁니다. 저는 다키스트 던전의 아주 많은 부분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잘못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퍼머데스 얘기를 하다보니 신이 나서 글이 엄청 길어져버렸는데, 정리하자면 

 

1.‘실수를 만회하기’와 ‘실수를 돌이키기’의 차이점

2.퍼머데스는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패널티같지만, 사실 잘만 쓴다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재미를 더하는 정도에서 조절이 가능한 장치이다. '잘만 쓴다면'은 실수를 만회하는건 가능하지만 돌이키는건 불가능한 구조를 의미한다. 

3. 플레이어의 결정의 결과가 영속적인 것이 당연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일종의, 넓은 범주의 퍼머데스'를 '짧은 플레이 세션' 단위로 적용함으로써 본격적인 퍼머데스의 과중함을 강요하기보다는 퍼머데스가 줄 수 있는 긴장감만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도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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