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만렙 이후의 보상 체계에는 문제가 좀 있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보상 구조는 디아블로류랑 비슷한데, 열심히 파밍하다가 좋은 장비 나오면 그걸로 내 캐릭터를 업글하고 더 난이도 높은 곳에 도전하는 방식이죠.
이런 구조를 택할 때는 크게 두 가지의 보상 채널을 준비해야 합니다. 첫번째는 랜덤 드랍. 뭔가 활동을 하면 랜덤하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게 좋은 아이템 (또는 내게 필요한 아이템) 일 수도, 나쁜 아이템 (내게 필요 없는 아이템) 일 수도 있습니다. 나쁜 아이템을 먹으면 갈아서 재료로 만들어 쌓아둡니다. 옛날 게임들에는 랜덤 드랍만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누구는 순식간에 풀파밍을 완료하지만 또 누군가는 몇달을 해도 원하는 스펙을 만들기 어렵다는거. 전자는 컨텐츠 소모가 너무 빨라서 이탈하고, 후자는 너무 느려서 게임에서 이탈합니다.
그래서 '확정 보상'이라는게 필요하죠. 랜덤 드랍을 노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때, 이 활동을 하면 '무조건' 주어지는 보상이 있어야합니다. 대체로 이건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을 얻기 위한 쿠폰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쿠폰이 일정량 쌓이면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하나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와우의 인던 휘장같은거 생각하면 좋습니다. 애초에 인던 휘장이 이런 형태의 보상 구조를 메이저에 처음 선보인 루트이기도 했고.
그래서, 랜덤 보상과 확정 보상 두 가지가 갖춰지면, 플레이 패턴은 대략 이렇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랜덤 보상을 노리고 일정한 활동 (인던 클리어 등등)을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면 좋습니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다면? 랜덤 드랍으로 원하는게 나왔을 때만큼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위안꺼리는 있습니다. 확정 보상이 누적되고 있거든요. 이거 얼마 쌓이면 그걸로 사면 되니까요.
디비전에서 랜덤 드랍은 그냥 랜덤 드랍입니다. 그리고 확정 보상에 해당하는게 '피닉스 코인'이라는건데요, 이 피닉스 코인이 좀 미묘해요. 어디가 미묘하냐면, 피닉스 코인으로 얻는 장비에도 일종의 랜덤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걸 정확하게 얻기가 어렵다는거죠. 피닉스 코인으로 장비 자체를 살 수도 있기는한데, 보통은 이걸로 도안을 구해서 제작을 하게됩니다. 근데 제작된 아이템에도 랜덤이 '강하게' 들어가 있어요. 정확하게는, 어떤 무기를 얻을 지는 확정적으로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지만, 거기에 붙는 옵션은 랜덤한거죠. 이 랜덤이 무슨 전체 5개 중에서 3개가 나온다. 이정도면 몇 번 돌리면 얼추 자기가 원하는걸 골라서 가질 수 있을텐데, 랜덤 풀이 막 수십개가 되어버리니까 문제가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가 너무 어려워요. 확정적으로 동작해야 할 확정 보상이, 랜덤 보상의 연장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디비전의 보상을 살펴보면, 랜덤 보상과 확정 보상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엄청 큰 랜덤 풀을 가진 랜덤 보상(아이템 드랍)과, 엄청 크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랜덤 풀을 가진 랜덤 보상(피닉스 코인으로 도안을 사서 제작하는 경우)으로 이루어진 것이 보입니다. 즉, 둘 다 랜덤이에요!
물론 그렇게 랜덤으로 결정된 요소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수정하기 위한 장치가 있습니다. 랜덤하게 결정된 스탯들 중 하나를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거죠. 디아3의 옵션 변경이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요. 근데 문제는 이 변경의 결과가 또 랜덤이라는거. 그리고 그 변경에 드는 비용이 굉장히 크고, 반복할수록 엄청나게 커져간다는 거 ...
결국 모든게 랜덤이고,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는 꽤 협소해집니다. 이래버리면 의사결정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적어서, '노가다'라고 느끼는 부분이 굉장히 커지거든요. 그냥 반복해서 랜덤 보상을 얻기 위해 뭔가를 하고, 거기서 얻은 피닉스 코인으로 또 랜덤한 룰렛을 돌리고 ...
플레이어들이 이런 상황을 만나게되는게 불과 플레이타임 50시간 ~ 100시간 사이라고 추정하는데요. 결국 여기에서 '디비전 컨텐츠 부족하다'라는 소리가 나오는거 아닌가 ... 마 그런 생각입니다. 피닉스 코인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의 랜덤풀을 좀 줄이던가, 아이템 스탯 보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좀 줄이던가,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꽤 많이 떠오르는지라 이거 고치는게 그렇게 크게 어려운건 아니지싶긴한데,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는 불합리한 지점들이 꽤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