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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Jul 22. 2018

지역 시민운동 37년 헌신한 한 시민운동가의 고언

정보공개제도, 우리 삶을 바꾸는 시민운동의 힘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책 표지

  전국에서 지방 예산감시의 필요성을 느끼면 찾을 수 있는 전문가는 손에 꼽힌다. 그 중 1981년부터 광주·전남을 근거지로 두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세금도둑잡아라’와 ‘공익재정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전국 단위로 감시 단위를 넓히고 있는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 소장을 소개하려 한다.


 지난 6월 이 소장은 하승우 녹색당 정책위원장과 대담 방식의 책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를 통해 “권력 감시는 예산 감시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예산을 감시하는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게 그의 해설이다. 


 이 소장의 예산 감시는 김대중 정부에서 신설된 ‘정보공개제도’에 있다. 그는 지역 뉴스, 주변의 이야기 및 여론에 근거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문제가 드러나면 고발하고 비공개 시에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그의 행정소송은 많은 것을 바꿔냈다. 


 먼저 광주광역시의 2013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게 만들어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원된 유치활동비는 국가신인도 및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부적절한 유치활동비 집행행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관련 협약서와 전남교육청 BTL 협약서를 행정소송 승소로 공개하게 이끌어내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약서를 영업상 비밀 대상이 아닌 정보공개 대상임을 확인해줬다.


 2009년 광주광역시 비엔날레재단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은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치단체 출연재단도 정보공개 대상기관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게 했고 2013년 정보공개법 개정으로 실현됐다. 광주·전남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그는 독학으로 터득한 그만의 방식으로 시민사회가 모색해야 할 길 중 하나인 ‘투명성’을 대폭 높여왔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간 협약서를 영업상 비밀이 아닌 정보공개 대상으로 이끌어내고 지방자치단체의 출연재단을 정보공개 대상기관에 포함시키게 만든 것은 전국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장은 예산감시운동은 ‘보수적인 운동’이라 말한다.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과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예산감시운동은 결산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계획에 맞게 집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지역운동이 내 편 네 편보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책과 지난 2년 간 여러 장소에서 만난 이 소장을 보며 시민사회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게 됐다. 경남의 대다수 시민단체들이 보도자료 하나 제대로 생산할 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근간인 행정 감시 능력 실종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남의 수많은 단체들은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모 시민단체의 정책위원장을 5개월 간 있으면서 52건의 보도자료를 낼 수 있었던 바탕엔 ‘정보공개제도’에 있었다. 시민운동의 정보와 기반은 정보공개제도에서 찾을 수 있음을 느꼈다. 책 표지에 적혀져 있는 ‘우리 삶을 바꾸는 시민운동의 힘’은 정보공개에 있다. 이 소장을 보면서 경남에서 앞으로 지속적인 예산·행정 감시를 하는 단체를 꿈꾸며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를 권한다.


안일규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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