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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Jul 31. 2018

창원시 공론화위·시민갈등관리위 철회해야

공론화위, 시민갈등관리위 추진은 공약에 대한 책임성보다 여론 의식 정치다

31일, 기자회견하는 허성무 창원시장 / 출처 : 창원시


  정치학자 길레르모 오도넬이 만든 ‘위임 민주주의’가 있다. 위임 민주주의는 대통령이 의회와 정당을 우회해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며 대통령이 주도하는 행정 명령과 행정 입법이 자주 발동되어 입법부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설명한다. 


 창원시의 공론화위원회·시민갈등관리위원회 추진 소식을 접한 필자는 오도넬의 위임 민주주의가 떠올랐다. 집권에 성공하자 공론 조사를 거쳐 시민의 이름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한다는 논리 앞에 공약에 대한 책임성보다 여론에 따른 정치를 더 중시한 데서 비롯된 기구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직접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시의회와 정당, 자율적 시민운동의 역할이 수동적인 위치로 낮아진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마산 해양신도시 조성,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 등 지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대형 현안들을 다룬다. 분야별 20여 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와 500명의 지역·성별·나이 등 적정비율로 반영한 시민 풀(POOL)을 구성한다. 시민 풀(POOL)에서 선발한 50~100명 가량의 시민대표참여단이 무제한 토론을 하고 권고안을 창원시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 위원회는 독립적 지위로 공정한 관리자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창원시는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공론화 과정만 잘 관리하고 지원할 것이다”고 했지만 ‘잘 관리하고 지원할 것’이라는 것 자체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 시가 마땅히 져야 할 행정의 책임성 대신 여론을 앞장세우고 책임 소재를 두 위원회에 전가할 소지가 있다.


 전문가 중심으로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시민갈등관리위원회도 우려스럽다. 창원시의 역할을 줄이고 그 역할을 선출되지 않은 민간으로 옮긴 것도 문제이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들을 대거 참여시켜 이뤄지는 반면 전문가들이 결정했다는 미명 아래 105만 창원시의 정책결정을 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시민갈등관리위원회는 시가 직접 참여하여 사안이 생기면 시청 담당 부서가 진단표를 만들어 갈등 상황을 파악하고 시민갈등관리위원회에 해결을 의뢰하는 점에서 갈등을 공적영역이 아닌 민간의 전문가주의에 기대어 해결할 소지가 있다.


 지도자라면 여론은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신의 뜻을 이해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론으로부터 환호 받기 위해 정견과 공약을 손쉽게 바꾸는 아첨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공론화위원회·시민갈등관리위원회 구성은 철회되어야 한다. 두 위원회는 집행부(시 행정)의 역할을 회피하고 시의회와의 관계 및 권한을 뺏는 것이다.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와의 조정과정을 시와 시민 및 민간 전문가의 직접 연결로 대체하여 내린 결정이 공익에 기여한다는 게 아니다. 다수 약자들의 이익이 희생될 수도 있고 재분배 정책보다 개발 및 성장 정책이 더 쉽게 채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대표참여단의 모집방법을 전문기관에 용역으로 의뢰하겠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시가 정한 특정 일개 민간 용역기관이 위원회 모집방법을 정하는 건 민주주의자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창원시 행정의 민감한 사안들을 105만 창원시민이 선출하여 구성된 창원시의회와 조정하는 것이 아닌 시민 및 민간 전문가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시민의 참여가 어떤 참여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 시민이 참여하면 좋다는 편향성을 감안하지 않은 막연한 사고에 의한 잘못된 정책결정이다. 사회에서 개인 시민의 의사를 많이 모을수록 공익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공공정책을 주도하는 정치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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