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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Aug 05. 2018

교육부의 인문 학술서 1000권 번역정책을 환영하며

일본은 19세기에 '번역국' 설치하여 유럽의서양 주요 고전 번역 완성해

프리드리히 니체 / 출처 : 출판사 '책세상' 홈페이지

  지난 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1천권의 세계 인문 학술서를 지정·번역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나서 시장 논리에 의해 번역되지 않은 외국 서적을 번역해 인문학을 진흥하겠다는 게 정책적 취지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헤겔·칸트·마르크스·엥겔스·니체 전집 번역을 완성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계기로 ‘번역국’을 국가기관으로 설치하여 서양서 번역을 추진했고 20세기가 되기 전 이미 서양의 주요 고전들을 거의 다 번역했다. 교육부가 일본처럼 번역국까지 설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정 번역 도서 리스트’를 만들어 직접 번역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세계 학술서를 지정하고 번역 지원 예산도 18억으로 200% 증액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달리 현재까지 전집 번역 완성된 학자는 니체에 불과하다. 민간 출판사인 ‘책세상’에서 21권으로 발간한 니체 전집은 국제니체학회에 의해 독일 바이마르에 있는 ‘니체 아키브(Nietzsche Archiv, 니체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의 니체 서가에 배치됐다. 이번 정책에 의한 기대에 따라 고전학자들의 전집 번역이 완성될 경우 출판사 ‘책세상’의 니체전집처럼 학문적인 성과들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 지원으로 지난 20년간 번역된 인문 학술서는 약 865권으로 학계 신청에 의해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이제 5년 간 1천권의 정부가 지정한 리스트 아래 번역되는 것은 일본에 비해 200년이나 늦었지만 반길 일이다. 체계적인 업무를 위해 19세기 일본처럼 번역국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지만 현재로선 직접적으로 번역에 나선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다.


 시게모리 타미히로 日리츠메이칸대 정책과학부 교수는 “일본어로 번역된 다량의 학술자료를 통해 연구 토대가 그만큼 두터워졌다”며 “높은 번역수준이 고도의 연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노벨상 수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의 대학들은 법률, 문학, 철학, 과학 등 유럽의 최첨단 학문을 흡수한다는 생각 아래 번역에 역점을 뒀다”며 “일본 정부의 학술진흥지원은 유럽 학문을 흉내 내는 것에서 자신의 연구를 개척하는 시대로 변화해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교육부의 정책이 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헤겔·칸트·마르크스·엥겔스 등의 전집 번역을 완성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국내 학자들의 연구에 있어 양질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번역서가 없어 원서 위주의 연구로 인해 원서를 보는데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 연구의 어려움이 많은데 이를 해결하는 시초가 되어야 한다. 영어 위주의 대학원 구조로 인해 소외되는 유럽학자들의 저작들이 많이 다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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