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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Mar 07. 2018

청년 정치, 질과 양 모두 증가해야 한다

'어떤' 청년 정치를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시민단체에서 지자체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을 역임하면서 전·현직 지방의원들과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지방의원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경남도의회의 지난 4년은 인물로만 따지자면 여영국 경남도의원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경남도의회의 실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관계가 ‘기관 대립형’ 이지만 존재감 없는 의회가 된 것은 지자체장과 의회 간의 권력이 균형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지자체장 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선거 때마다, 의회정치 무용론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청년 정치와 여성정치의 활성화다. 여성 지방의원의 진출이 정당공천제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게 다수의 학술연구들이 내놓는 결과다. 그럼 청년 정치는 어떨까? 청년 정치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정치학계와 행정학계에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청년에 대한 조례도 전국적으로 청년 기본 조례,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 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경남은 여기서도 후진적인 곳으로 분류된다.


 청년의 사회적 진출과 정치적 진출이 답보인 상태에서 청년의 권익은 담보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접근은 지극히 1차원적이다. ‘어떤 청년인가’에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금수저 청년이 의회에 진입하면 그것도 청년 정치 활성화인가? 그럴 수 있다. 의원으로서 청년의 애환을 담은 조례를 만들 수 있는가? 그다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에 청년의 이름으로 선거를 나오겠다는 신예 정치인들이 분명 있다. 그들에게 절대 초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청년의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그들의 페이스북은 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자신과 관련된 국회의원에게 얼마나 충성했는지 등만 담겨있다.


 내 눈에 들어온 유일한 특이 사례가 하나 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성산지역위원장이다. 1981년생으로 만 37세로 청년 정치인인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부터 국회를 드나들며 법안 및 정책을 공부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현직 지방의원 대신 이 위원장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이해 및 도움을 받은 적도 있을 만큼 그의 전문성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당 기여와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스러운 모습만 보다 이 위원장의 페이스북을 보면 정치학 전공자로서 흐뭇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이 위원장을 두고 한 정당의 일개 지역위원장이라 할 수도 있으나 청년 정치인들이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으면 하는 점에서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이 양적 증가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위험함을 말하고 싶다. 


 20대·30대가 몇 명이나 정치에 진출하는지는 두 번째 문제다. 어떤 20대·30대 정치인이 양성되어서 의회에 들어가고, 어떻게 활동하는지가 중요하다. 당 기여와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 중심으로 청년 정치 활동을 한 인물이라면 의원 임기 내내 관료사회에 둘러싸여 집행부 견제 역할을 하나도 못할 것이다. 어떤 청년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질’과 ‘양’ 모두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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